[판결]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 유족, 보험사 상대 사망보험금 3억 5000만원 청구 소송 승소


글 : 임용수 변호사


폭언이나 폭행, 협박, 집단 따돌림 등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 최숙현(사망 당시 22세) 씨의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사망 당시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판단한 결과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소식을 전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최 씨의 부모가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메리츠화재가 최 씨의 상속인인 부모에게 각각 1억 7500만 원씩 총 3억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최 씨는 2020년 6월 자신의 주거지인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는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이에 같은 해 8월 최 씨의 부모는 메리츠화재에 '최 씨가 상해로 사망했다'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메리츠화재가 지급을 거절하자 최 씨의 부모는 소송을 냈다. 

메리츠화재는 최 씨의 사망사고가 약관에서 정한 면책 규정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최 씨의 사망사고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이 부장판사는 최 씨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진행 경과, 주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인용했다. 이와 더불어 보험계약 체결과 유지, 사망까지의 시간적 간격, 다른 보험계약 체결 내용 등도 고려했다.

올림픽 표준코스(Olympic Course)

이 부장판사는 최 씨가 경주시체육회 트라이애슬론 선수단 훈련에 참여한 2016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감독과 선배 선수들, 팀 닥터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 협박, 학대, 집단 따돌림 등을 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특히 2019년 전지훈련 기간 중에 팀 닥터 및 감독으로부터 심한 폭행 및 협박을 당한 뒤에는 적응장애와 공황장애, 중등도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도 있었다. 최 씨는 2020년 3월 가해자들을 고소했는데 가해자들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시도하거나 피해회복을 외면해 심리적 부담 및 스트레스 등이 가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장판사는 「최 씨의 사망사고는 투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의 형태로 이뤄진 것이나 최 씨가 주요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러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했다」며 메리츠화재가 일반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보험계약의 체결과 유지, 사망까지의 시간적 간격, 다른 보험계약의 체결 내용 등 관련 사정에 비춰 피보험자가 신의성실의 원칙상 중대한 과실이 아닌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평가할만한 사정이 존재하는지 여부도 아울러 고려될 수 있다.

한편, 정신의학에서는 기분의 변화와 함께 전반적인 정신 및 행동의 변화가 나타나는 시기를 일시적인 기분의 저하 상태와 구별해 우울삽화라고 하고, 정도가 심한 삽화를 주요우울삽화라고 해서 주요우울장애로 진단한다.

의학적으로 주요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이 제시돼 있고, 그 기준에 따라 경도, 중등도, 고도[중증]의 우울장애로 분류되며,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 또는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주요우울장애의 증상으로 포함돼 있다.

이와 같이 주요우울장애의 진단기준, 자·살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돼 있으므로, 사실심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됐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고, 그런 의학적 소견과 다르게 인과관계를 추단하려면 객관적인 다른 의학적·전문적 자료에 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2) 

이 사례의 경우 가해자들의 '2차 가해' 행위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건이다. 극단적 선택의 형태가 이 사례처럼 투신일 경우 거의 대부분의 판례는 '추락'이나 추락으로 입은 손상만을 외부적 요인으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사례 같은 경우는 '1차 가해'뿐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이뤄진 가해자들의 '2차 가해'도 『기타 명시된 수단이 관여된 법적 개입(Y35.6)』, 『육체적 학대(T74.1)』, 『'아는 사람 또는 친구에 의한 기타 학대, 운동 및 경기장'(Y07.23) 내지 '기타 명시된 사람에 의한 기타 학대, 운동 및 경기장'(Y07.83)』,  『상세불명의 수단에 의한 가해, 운동 및 경기장(Y09.3)』 등의 외부적 요인에 해당하고, 가해자들의 1, 2차 가해 행위라는 외부적 요인과 최 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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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10월 28일

1) 2023년 10월 13일에 선고된 판결이다.
2) 케이스메모 중 여기까지는 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다236378 판결 및 이번 판결의 판시 내용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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