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통지를 할 때 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면 해지의 의사표시가 무효로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강 씨는 2018년 2월 기침, 가래, 미열 증상이 있어 병원에 내원했는데, 급성 세기관지염, 감염성 편도염, 알레르기비염 진단을 받은 뒤 크린세프시럽 및 맥시부펜시럽을 처방받았다.
강 씨는 처방받은 약을 복용했음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이틀 후에 다른 병원에 내원해 '미열과 겨드랑이 등 피부에 파란점이 낫질 않고 배가 아프다'는 증상을 호소했고 해당 병원 의사는 자반증을 의심해 정밀검사를 위해 강 씨의 혈액을 채취한 뒤 말초혈액 도말검사를 실시했다.
강 씨와 강 씨의 어머니는 혈액검사 실시 직후에 보험료 연체로 효력이 상실됐던 보험계약에 관한 부활청약을 하면서 부활청약서의 '부활 전 알릴 의무사항'에 기재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제5항 질문]'와 '최근 1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추가검사(재검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제7항 질문]' 등을 포함한 모든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이후 강 씨는 혈액검사 결과를 고지받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한 후 상세불명의 백혈병(C95.0) 진단을 받아 암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부활청약 당시 혈액검사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계약(부활) 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했다(거절통지). 이에 반발한 강 씨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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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먼저 「해지권의 근거가 되는 해지사유마다 별개의 해지권이 발생하는 것이고, 해지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해지권의 행사 또는 해지권의 전용을 허용한다면 상대방의 법적 지위에 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의 의사표시에는 해지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이 요구되고, 어떠한 해지원인에 의해 해지의 의사표시를 이후 다른 해지원인에 의한 것으로 전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화재의 거절통지에 기재된 해지원인인 강 씨가 혈액검사를 받았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아 제7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과 강 씨가 의사로부터 약을 처방받았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아 제5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은 그 기초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절통지만으로는 강 씨가 제5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 씨가 제7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해지원인으로 한 거절통지는 그 효력이 없으므로, 만약 거절통지를 제5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를 원인으로 한 해지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무효인 해지의 의사표시를 사후에 전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돼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삼성화재는 거절통지에 강 씨의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해지사유가 기재돼 있으므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의료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제5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한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도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그 같은 거절통지만으로는 제5항 질문에 관한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에 있어서는, 보험 가입자가 그 근거가 된 해지 사유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지 사유를 명시할 것이 요구되며, 어떠한 해지 사유에 의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이후에 다른 해지 사유에 의한 것으로 전용(轉用)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기존 대법원 판결2)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이다.
이 사례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과거 병력이나 직업 등에 관한 질문 항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알리지 않은 채 단지 '고지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내용만을 기재해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허용될 경우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측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보험약관상 고지의무 위반의 효과에 관한 조항에 의하면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 사실뿐만 아니라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되는 사유 및 계약의 처리 결과를 '반대증거가 있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계약자에게 서면 등으로 알려 드립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만 통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2)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4다55377, 2004다5538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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