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도로 옆 수문 충격 후 사망 사고, 고의 인정할 명백한 정황 없다면 사망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운전자가 도로 옆에 설치된 수문을 충격하고 사망한 경우 고의로 일으킨 사고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사고가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병희 판사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 모 씨의 유족들이 "김 씨가 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사망했으므로 사망보험금을 달라"며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디비손해보험은 유족들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1)

김 판사는 「사고 직후 이송된 병원의 간호기록지에 내원 동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트럭 운전 중 콘크리트 벽에 추돌했다'는 내용의 환자 진술 등이 기재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씨가 남긴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사고 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등의 정황이 보이지 않는 점, 김 씨가 평소 신병을 비관해 왔다는 등의 정황 역시 보이지 않는 점, 사고 직후 김 씨가 했던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말의 경우 사고로 인해 크게 다친 상황에서 홧김에 푸념하듯 내뱉은 말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김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점이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들이 않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의 보험금 청구는 이유 있다」며 「디비손해보험은 자기신체사고에 대한 사망 시 보상한도액 1억 원을 유족들에게 그 상속지분 비율에 따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2020년 1월 중순 새벽 3시 45분쯤 인천 강화군에 있는 한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도로 옆에 설치돼 있던 수문을 차량의 앞 범퍼 부위로 충격하는 사고로 급성 범발 복막염 등의 상해를 입고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4일 뒤 위궤양 출혈로 인한 쇼크로 의식을 잃었고, 이후 요양병원으로 전원돼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2020년 5월 사망했다. 김 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1년 전인 2019년 1월 디비손해보험과 사이에 자신의 소유 차량에 대해 사망 시 보상한도를 1억 원으로 하는 자동차상해담보 특약을 포함한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김 씨가 사망함에 따라 김 씨를 상속한 유족들인 배우자와 자녀가 디비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디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고의로 일으킨 사고이므로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의무는 면책된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유족들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극단적 선택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극단적 선택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 판결의 경우 피보험자인 김 씨가 사고 직후 병원에 이송될 당시 의료진에게 '정형외과에서 치료 중인 팔이 너무 아파 죽으려고 차량 운전 중 콘크리트 벽에 추돌하는 방법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와 같은 김 씨의 진술을 '홧김에 푸념하듯 내뱉은 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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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9월 30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6. 28. 선고 2021가단5050744 판결. 디비손해보험이 항소를 제기해 사건이 현재 항소심에 계속 중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나41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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