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우연한 사고 해당 가능성 있는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고의 입증 못하면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우연한 사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보험금 지급 책임을 진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902단독 하성원 판사는 국제물류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월드익스프레스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보험금 3억 원을 지급하라"며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1)

2021년 12월 월드익스프레스는 자사 소속의 고용인 김 씨2)를 피보험자, 자사를 수익자로 지정해 디비손해보험이 판매하는 여행자 보험에 가입했다.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의 상해사망 시 3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해외여행을 떠난 김 씨는 12월 2일 오후 8시경 숙소 인근 해변을 걷다가 바다에 입수했다. 이튿날 오전 김 씨는 물속에 얼굴이 아래로 향한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김 씨의 사인은 익사[질식사]로 기재됐다.

이후 월드익스프레스가 디비손해보험에 상해사망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디비손해보험은 안내문을 보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김 씨가 '기타 위염'을 이유로 2021년 1월 4일간 삼진디아제팜을 투약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 김 씨가 여행 전 가입한 여행자보험이 14개에 달하는 점, 월드익스프레스 대표이사로 있는 김 씨 아들의 개인부채가 약 9억 원에 이르는 점, 2021년 월드익스프레스의 영업손실이 6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점 등으로 인해 고의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디비손해보험은 "이 사고가 급격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보기 어려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월드익스프레스는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 판사는 「우연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보험금 청구자에게 있고, 고의성에 대한 증명은 보험회사에 있다」며 「보험금 청구자의 우연성에 대한 증명은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는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하고, 그 이후 보험회사는 고의에 의한 것임을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 책임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명의 정도는 극단적 선택을 밝힌 유서나 극단적 선택의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명백한 정황 사실을 제시해야 한다」며 「김 씨는 이전에도 여러 개 여행자보험 가입 전력이 있고, 이번에 종전보다 더 많이 가입한 것은 코로나 대유행에 따라 높아진 위험과 무관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씨가 복용한 삼진디아제팜은 위장관 운동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처방된 것으로 보이므로 사고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며 「2022년 월드익스프레스는 영업이익 약 3억 원을 기록한 점과 대표이사의 개인부채 중 상당수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받은 채무로서 정상 상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종합해 볼 때 김 씨의 사망은 고의가 아닌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판례는 보험금 청구자가 해당 사고에 대해 익사, 추락사 등 외형적, 유형적으로 우연한 사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주장‧입증하면 일단 그 사고는 우연성 있는 보험사고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연한 사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①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 또는 ②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입증해야만 보험금 지급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23년 9월 23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20. 선고 2022가단5091073 판결. 디비손해보험의 항소로 사건이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다(2023나2033499호).
2)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를 김 씨라고 부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