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대법원 "상속연금형 즉시연금사망보험금은 상속재산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


글 : 임용수 변호사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도 상법상 생명보험계약에 해당하며, 그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들이 취득하는 사망보험금 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인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3000만 원의 대여금을 못 받은 채권자가 숨진 채무자의 자녀들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대여금을 갚으라고 판시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1)

채무자(망인)는 1998년 채권자에게 3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고, 채권자는 2008년 망인을 상대로 약정금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하지만 강제집행이 쉽지 않아 채권자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망인은 2012년 모 보험회사와 만기 10년, 피보험자인 자신이 생존할 경우의 보험수익자를 자기 자신으로, 사망할 경우의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정하는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 1억 원을 일시에 납입했다. 보장 내용은 망인이 생존할 경우 망인이 매달 일정한 계산식에 따라 산출된 생존연금을 지급받다가, 만기가 도래하면 납입 보험료와 동일한 액수의 만기보험금을 지급받고, 만기가 도래하기 전 망인이 사망하면 당시까지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해 적립된 금액과 일정 금액을 합산한 액수의 사망보험금을 상속인들에게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망인은 계약에 따라 생존연금을 지급받다가 만기 도래 전인 2015년 사망했고, 2016년 망인의 자녀인 상속인들이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에서 망인의 기존 보험대출 원리금을 공제한 3800만 원을 수령했다. 상속인들은 2017년 망인에 대한 상속한정승인 신고를 해 신고가 수리됐다. 이에 채권자는 상속인들을 상대로 망인이 부담하던 대여금채무의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상속인들은 "한정승인을 했으니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만 약정금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즉시연금보험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1심 법원은 한정승인에 따라 상속인들은 망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상속인들이 수령한 보험금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 아닌 상속재산이고, 상속인들이 그 보험금을 소비한 것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는 법정단순승인을 한 것이라고 의제해 한도 제한 없이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이 피보험자의 사망, 생존, 사망과 생존을 보험사고로 하는 이상 이는 생명보험에 해당하고, 그 보험계약에서 다액인 보험료를 일시에 납입해야 한다거나 사망보험금이 일시 납입한 보험료와 유사한 금액으로 산출되도록 설계돼 있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생명보험으로서의 법적 성질이나 상속인이 보험수익자 지위에서 취득하는 사망보험금청구권의 성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즉 여전히 상속인의 고유재산」이라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생명보험의 보험계약자가 스스로를 피보험자로 하면서 자신이 생존할 때의 보험수익자로 자기 자신을, 자신이 사망할 때의 보험수익자로 상속인을 지정한 후 그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에 따른 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으로 봐야 하고 이를 상속재산이라고 할 수는 없다.2) 

이번 사례는 생명보험의 피보험자가 사망 시의 보험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한 후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상속인이 지급받는 보험금의 법적 성격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한 생명보험금이므로 상속인의 고유재산으로 봐야 하고 상속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기존 대법원 판결의 일관된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에 불과하다. 다만 '상속연금형 즉시연금보험계약'이 상법상 생명보험계약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고, 그 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들이 취득하는 사망보험금청구권도 일반 사망보험금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의 고유재산이란 점을 최초로 명시한 대법원 판결이라고 평가하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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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8월 5일

1) 대법원 2023. 6. 29. 선고 2019다300934 판결.
2) 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다65755 판결,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0다31502 판결,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3다29463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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