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극단적 선택 했어도 '자유로운 의사결정'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사망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우울증과 수면장애 내지 불면 등으로 피보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했더라도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3단독 이현종 판사는 정 모 씨1)의 유족이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디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두 보험사는 유족에게 사망보험금 2억 2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2)

2020년 4월부터 뇌출혈, 고혈압, 편마비 등으로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정 씨는 2021년 10월 병실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렸다. 정 씨는 1층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친 후 주차장 바닥에 떨어졌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이후 정 씨의 유족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디비손해보험에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각각 청구했다.

하지만 두 보험사는 "정 씨가 고의로 자신을 해쳤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정 씨의 유족은 두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보험사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포함됐다. 다만,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혹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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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사는 먼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정 씨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 경과와 정도, 주위 상황과 숨질 무렵 정 씨의 행태, 극단적 선택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정 씨의 진료기록과 투약받은 수면장애 치료약 복용 등에 비춰볼 때 정 씨는 사망 당시 우울장애를 겪었음이 분명하고, 게다가 뇌출혈 등으로 인한 신체 일부 마비 때문에 육체적·심리적 고통이 큰 상태에서 2주일 또는 20일 가까이 수면장애 또는 불면을 겪으면서 매우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씨가 사망 당시 왜소하고 일부 마비된 몸으로 입원 병실에 있던 서랍을 딛고 올라가 창문을 열고 좁은 공간을 통해 창문 밖으로 추락했음에도, 가족에게 유서나 작별 인사 등을 남기지 않은 것은 정 씨가 사망 당시 어떠한 의사결정도 할 수 없을 정도이고 극단적 선택밖에는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법원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에 앞서 본 사정 등을 종합하면, 정 씨는 정신질환 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뛰어내림으로써 자신을 해쳤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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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안에서 감정의는 환청이나 망상 등의 증상이 동반되지 않아도, 심각한 수면장애 등과 같이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울 정도의 심한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고, 이에 대한 뚜렷한 진료기록이 확인되며, 실질적 업무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이 현저히 손상됐음이 확인되면,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볼 수 있고, 정 씨는 여기에 가까운 경우라고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주요우울장애와 자살의 관련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 기준이 확립되어 있으므로, 사실심 법원으로서는 주요우울장애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자살했다고 볼 만한 의학적 견해가 증거로 제출됐다면 함부로 이를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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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5월 6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들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4. 7. 선고 2022가단5135218 판결.
3) 대법원 2021. 2. 4. 선고 2017다281367 판결, 대법원 2022. 8. 11. 선고 2021다270555 판결,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22다241493 판결, 대법원 2022. 12. 15. 선고 2020다26356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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