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뇌졸중 등의 중대한 질병을 진단받은 뒤 곧바로 사망했더라도 질병의 중대성이 인정되면 중대한 질병(CI)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백 모 씨의 자녀(유족)는 지난 2013년 3월 아버지 백 씨를 피보험자, 유족을 피보험자의 사망 시 보험수익자로 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흥국생명보험과 체결했다. 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가 '첫번째 CI'로 진단확정되거나 수술을 받은 이후에 '두번째 CI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받는 내용의 특약을 담고 있었다.
여기서 CI(critical illness, 중대한 질병)란 약관 별표에서 정한 '중대한 암',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 '중대한 뇌졸중', '말기신부전증', '말기간질환', '말기폐질환',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중증 루푸스신염[여성에 한함]'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보험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 7년 뒤 백 씨는 거주하던 아파트 화장실에서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가 이틀 뒤 사망했다. 이에 유족은 흥국생명에 보험계약에 따라 백 씨의 사망에 대한 사망보험금과 병원 치료비, 특약상의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
흥국생명은 심사 후 유족이 청구한 보험금 중 사망보험금 3000만원과 병원 치료비만 지급하고 특약상의 사망보험금 1500만원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절했다. 백 씨가 뇌졸중 진단 후 곧바로 사망했으므로 CI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유족은 흥국생명을 상대로 법원에 특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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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약관에서 중대한 뇌졸중의 지표에 해당하는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의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정한 이유는, 약관에 정한 질병의 중대성 여부에 따라 보험금의 지급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에 그 질병의 중대성 정도를 일정한 기준과 방법에 따라 확정하도록 해 임의로 질병의 중대성을 평가하지 못하게 하고, 그로 인한 분쟁의 소지를 줄이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약관에서 정한 장해상태에 이르렀는지 의학적으로 분명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질병의 진단 방법, 질병으로 인한 증상과 그 정도, 질병 이후의 경과, 약관에서 정한 장해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에 관해 의학적 진단을 받지 못한 경위 등에 비춰 질병의 중대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관에서 질병의 중대성 판정 기준을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으로 일정한 정도에 이르는 장해상태 이상일 것으로 정하고 있기는 하나, 이는 질병의 중대성을 판정하는 기준이지 사망하지 않고 장해상태로 생존할 것을 요건으로 추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백 씨의 사인은 뇌전산화단층촬영(Brain CT Scan) 결과에 기초해 '지주막하 출혈'로 진단된 사실이 인정되고, 그 지주막하 출혈로 인해 곧바로 의식을 잃고 심장 무수축 상태로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응급실로 후송됐다가 57시간만에 사망에 이른 점, 지주막하 출혈로 인한 경과가 단시간 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대해 약관에서 정한 바와 같은 의학적 진단을 받지 못한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춰 보면, 백 씨의 지주막하 출혈은 약관에서 정한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이 나타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백 씨의 질병은 약관에서 정한 중대한 뇌졸중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중대한 질병이 발생한 때로부터 사망할 때까지 일정기간 생존할 것을 CI 보험금 지급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점, 특약 약관에서도 첫 번째 CI로 진단확정된 때로부터 사망할 때까지 일정 기간 생존할 것을 특약의 사망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않은 점, 보험약관의 해석에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등에 비춰 보면, 백 씨와 같이 중대한 질병이 발생해 단기간 내에 사망한 경우도 첫번째 CI로 진단확정된 이후에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사례에서 백 씨에 대한 병원 의무기록사본과 사망진단서에 의하면,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백 씨는 심장 무수축(asystole)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고, 당시 주증상은 심장 마비(cardiac arrest)로 진단됐으며, 해당 병원에서 연명치료 중단 결정으로 2020년 7월 사망했다. 직접사인은 중증뇌부종이고 중증뇌부종의 원인은 지주막하 출혈이다.
백 씨가 가입한 CI보험(치명적 질병보험 내지 중대한 질병보험)은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중대한 질병에 걸린 피보험자(보험대상자)에게 고액의 보험금을 사전에 지급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CI보험 약관에 의하면 '중대한 뇌졸중'은 거미막밑(지주막하) 출혈, 뇌내출혈, 기타 비외상성 머리내 출혈, 뇌경색이 발생해 '뇌혈액순환의 급격한 차단'이 생겨서 그 결과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언어장애, 운동실조, 마비 등)'이 나타나는 질병을 말하고, '뇌혈액순환의 급격한 차단'은 의사가 작성한 진료기록부상의 전형적인 병력을 기초로 해야 한다. 여기서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은 신경학적 검사를 기초로 한 객관적인 신경학적 증후(sign)로 나타난 장애로서 별표 장해분류표에서 정한 "신경계에서 장해가 남아 일상생활 기본동작에 제한을 남긴 때"의 지급률이 25% 이상인 장해상태를 말하며, 장해분류표의 장해분류별 판정기준은 신경계에 장해를 남긴 때를 뇌, 척수 및 말초신경계 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 기본동작 제한 장해평가표의 5가지 기본동작 중 하나 이상의 동작이 제한됐을 때로 정하고 있다.
또한 중대한 뇌졸중의 진단확정은 뇌전산화단층촬영(Brain CT Scan), 자기공명영상(MRI), 뇌혈관조영술, 양전자방출단층술(PET scan), 단일광자전산화단층술(SPECT), 뇌척수액 검사를 기초로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에 일치되게 "중대한 뇌졸중"의 특징적인 소견이 발병 당시 새롭게 출현함을 근거로 해야 한다.
이처럼 약관에서는 중대한 뇌졸중의 지표에 해당하는 영구적인 신경학적 결손의 판단 기준을 "신경계에서 장해가 남아 일상생활 기본동작에 제한을 남긴 때의 지급률이 25% 이상인 장해상태"로 하면서 그에 대한 판정기준과 진단근거까지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CI 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근거로 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1다45736 판결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이 대법원 판결은 장해보험금 지급 약관의 해석에 관한 것이어서 사망보험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례에 직접 적용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대법원 판결에 의하더라도 중복지급을 인정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다면 사망보험금 외에도 동일한 재해로 인한 장해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특약에 따른 사망보험금은 이 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내지 CI보험금과 중복해서 지급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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