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정박한 선박 위에서 와이어 고정 작업 중 추락 사망... 면책약관 근거로 보험금 거절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선박에 탑승 중인 선원은 보상받을 수 없는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오징어잡이 배에서 와이어 고정 작업을 하다 선박 밖 바닥으로 추락해 사망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소개하고 해설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단독 신헌기 판사는 삼성화재가 손 모 씨1)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의 청구를 기각하고 유족의 반소를 받아들여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2)
 
신 판사는 손 씨가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선원면책약관을 둔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사고를 당했으나, 선원면책약관에 관한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신 판사는 「보험계약자인 손 씨는 상품설명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로 서명·날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품설명서에 선원면책약관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모집인은 보험계약 당시 피보험자인 손 씨의 직업이 식품배달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당시 손 씨의 직업과 무관한 업무인 선박을 탑승하는 업무에 관한 면책약관을 설명하는 것 또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원면책약관이 보험계약에 유효하게 편입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삼성화재는 선원면책약관을 근거로 유족의 보험금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손 씨는 2009년 7월 삼성화재와 사이에 상해사망을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식품배달원'으로 알렸다. 해당 보험은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면책규정을 두고 있었다.
 
이후 손 씨가 2021년 6월 139톤 정박 중인 오징어잡이 배에 올라가 와이어 고정 작업을 하다 선박 밖으로 추락하는 사고로 사망했고 이에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삼성화재는 선원면책약관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채무가 없음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삼성화재의 약관에는 회사는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선박승무원, 어부, 사공, 그 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에 생긴 손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흔히 '선원면책약관' 혹은 '선원면책조항'이라고 부른다.

선원면책약관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제하고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보험금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이고, 선박승무원 등이 직무상 선박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의 내용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이미 법령에 규정돼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선원면책조항은 손 씨가 가입한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이 이 판결의 취지다. 

이 판결의 경우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지급 관련 보장하지 않는 사항 등 지급 제한 조건에 관한 사항을 설명받고 이해하였다'는 취지로 상품설명서의 해당란에 √ 표시를 하고 '상품설명서, 가입설계서를 교부받고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로 서명·날인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품설명서에 선원면책조항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면 상품설명서를 교부한 것만으로는 보험사가 선원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3) 

2024년 1월 선고된 판결 중에도 연안자망 어선의 소유자 겸 선장이었던 피보험자가 선박 난간에 기대어 작업 중이던 아들이 중심을 잃고 해상으로 추락하게 되자 이를 구조하기 위해 해상에 입수했으나 끝내 아들을 구하지 못하고 함께 익사한 사건에서, 필적감정결과상 보험청약서 3쪽 하단에 수기로 기재돼 있는 "※ 선상에는 혜택이 없음을 설명 들었습니다" 부분의 필적이 계약자의 필적과 상이한 사실 등을 고려해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선원 면책약관의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면책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사가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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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3월 18
  • 1차 수정일 : 2024년 4월 23일(글 추가)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삼성화재의 항소 제기로 사건이 부산지방법원에 계속 중이다. 
3) 동지: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3342, 43359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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