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면책조항 규정상 과거 진단에 의증 기재는 불포함... 보험사는 보험금 거절 못해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루게릭병) : 운동뉴런질환(MND)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지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과거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 해당 질병과 관련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과거의 진단에 의증 기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진단'은 문진·시진·촉진·청진과 각종 임상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질병 여부를 감별하고 그 종류, 성질과 진행 정도 등을 밝혀내는 임상의학의 출발점으로서 이에 따라 치료법이 선택되는 중요한 의료행위」라고 밝혔다.
 
또 「보험계약의 내용 및 면책조항의 문언 등에 비춰 보면, 이 면책조항의 취지는 보험계약상 알릴 의무사항에 기재돼야 할 중요 질병으로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이미 진단을 받거나 이를 치료받은 경우 보험계약의 우연성 결여를 이유로 해당 질병이나 그로 인한 후유장해를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런데 보험계약 체결 전 김 씨를 진료한 의사는 향후 추적검사를 통해 감별해 나갈 의심 질환들 중 하나로 운동뉴런질환을 포함시키고 자신이 참조할 목적으로 진료기록부에 다른 감별 질환들과 함께 이를 기재했을 뿐, 김 씨에게 병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며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의사가 진료기록부에 성격이 다른 여러 감별 질환의 하나로 추가 검사가 필요함을 전제로 의증 기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김 씨가 이 면책조항에 규정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의 판단에는 이 면책조항의 의미를 부당하게 확대해석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2016년 11월 현대해상과 '질병후유장해(80%이상 및 50%이상)'를 보장하는 내용의 보험 특약에 가입했다. 해당 특약에는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중요한 사항에 한함)'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과거(청약서상 해당 질병의 고지대상 기간을 말함)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해당 질병과 관련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면책조항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김 씨는 보험에 가입하기 5개월 전부터 목통증과 좌측 팔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 양손에 힘이 빠지는 증상 등으로 경추 MRI 검사, 근전도 검사 등을 받았고, 보험에 가입하기 10일 전에는 치료병원의 신경과 담당의가 진료기록부에 '[추정진단]'이라는 제목하에 'R/O(의증), known C3-4 SPINAL STENOSIS(경추협착증), R/O(의증), MND(운동뉴런질환), R/O(의증), brain degenerative d/o(퇴행성 뇌장애) 가능성은?'이라고 기재하고, '[치료계획]'이라는 제목하에 2017년 2월 추적 근전도 검사, 머리 MRI 등을 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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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보험 가입 이후인 2017년 2월 병원에서 다시 근전도 검사를 받았고, 신경과 담당의는 진료기록부에 'Assessment(진단)'라는 제목하에 'motor neuron disease(운동뉴런질환), 의증 ALS(근위축성 측삭경화증)'라고 기재하고, 치료계획으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인 리루텍 시작 등을 기재했다. 김 씨는 2019년 9월 치료병원에서 '(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기타 및 상세불명의 운동뉴런질환'을 원인으로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이에 김 씨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현대해상은 김 씨의 후유장해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의증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질병과 관련해 발생한 것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동시에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소송을 냈다.
 
1심 법원은 원고패소 판결했으나, 2심 법원은 "이 면책조항은 확정진단과 의증진단을 구분하지 않은 채 '진단 또는 치료'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면책조항의 '진단'이 반드시 확정진단만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씨가 면책조항에 규정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에 김 씨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의 주요 부분인 보험사고 내지 보험금 지급 사유는 일반적으로 보험증권이나 약관에 기재된 내용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공정성의 원칙), 개개의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가 아니라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객관적 해석의 원칙), 특히 면책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보험사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조항이므로 면책사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엄격 또는 축소해석의 원칙).

앞서 말한 여러 해석 원칙 등에 의한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각각의 해석에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내지 불명확성의 원칙).

이 판결은 판시 내용 중에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언급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고 있는데,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기에 앞서 면책조항의 해석에 관한 엄격 해석 또는 축소 해석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들 원칙을 적용해봐도 결론에 있어서는 다를 바가 없다.  

이 판결의 쟁점에 더해 검토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과거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를 요건으로 하는 이 면책조항의 경우 '고지의무 위반의 성립'을 전제로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처럼 면책조항이 '고지의무 위반의 성립'을 전제로 하지 않는 것이라면, 상법 제644조(객관적 확정의 효과)의 적용 여부가 쟁점화될 수 있을 뿐, 보험계약의 체결 전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사실에 대해 보험계약 당시 보험 가입자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이 면책조항의 취지로서 고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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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4월 8일

1) 대법원 2023. 2. 23. 선고 2022다26669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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