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중국인의 사인 싸고 유족-보험사 줄다리기... 뇌출혈 진단 및 뇌졸중 진단 보험금 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거주지에서 사망한 중국인의 사인과 관련해 의사가 작성한 시체검안서상 사인이 '급성 뇌출혈'로 기재된 경우에는 시체검안서에 적힌 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9단독 정우정 판사는 사망한 손 모 씨1)의 유족(손 씨의 어머니)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금 4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2)

중국 국적이었던 손 씨는 2021년 3월 서울 광진구에 있는 거주지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시신이 부패한 상태였고 사망한 지 6일 정도 지난 후에 발견됐는데 시신을 검안한 의사는 시체검안서에 손 씨의 사인을 '급성 뇌출혈'로 기재했다. 의사는 '손 씨를 검안할 당시 시신의 일부에만 부패변색이 나타나 있는 정도로서 가벼운 정도의 부패 변성이 형성된 상태로, 이런 경우 시신이 중등도 내지 고도로 부패된 상태와 달리 뇌실질의 기본 형태와 구조는 와해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으며 뇌출혈 소견도 잘 관찰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따라서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세침 흡인 검사를 하게 되면 뇌척수액에 뚜렷한 출혈 소견이 형성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시신의 부패 변성 정도가 경도에 해당됐기 때문에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검사로 뇌출혈 여부를 진단함에 있어서 문제가 없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손 씨의 어머니는 이후 이 같은 의견 등을 근거로 삼성화재에 아들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손 씨의 사인을 '급성 뇌출혈'로 인정할 수 없다며 질병사망 보험금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강력 반발한 유족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정 판사는 「손 씨에 대한 시체검안서에 사망원인이 '급성 뇌출혈'로 기재돼 있고 이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서(약관 별표 뇌출혈 분류표 및 뇌졸중분류표에서) 정하고 있는 질병인 '뇌내출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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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의사에 의하면, 손 씨에 대한 검안 당시 시행된 후경부 경유 뇌척수액 세침 흡인 검사는 상세 불명의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뇌척수액을 오염되지 않게 채취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시행되는 것으로 뇌실질내 뇌실에 차있는 뇌척수액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법의학적 개념의 검사 방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보험약관에서 피보험자가 사망한 경우 '부검감정서'에 의한 뇌출혈 및 뇌졸중의 확정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부검은 변사 등의 경우에 한해 실시되는 것이고 보험금의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부검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약관 조항을 뇌출혈 및 뇌졸중의 진단확정을 '부검감정서'에 의해서만 하도록 정한 것으로 보게 되면 생전에 뇌출혈 등으로 치료받은 적이 없는 피보험자가 질병으로 갑자기 사망한 경우에는 무조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되고 이는 변사 여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게 돼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약관조항은 '부검감정서' 및 이에 준하는 자료로도 뇌출혈 및 뇌졸중의 진단확정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전문의가 작성한 시체검안서도 별다른 사정이 없는 여기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며 「따라서 손 씨가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뇌출혈 및 뇌졸중으로 확정되거나 추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삼성화재의 뇌출혈 진단비 특별약관에서는 뇌출혈의 진단은 병력·신경학적 검진과 함께 뇌 전산화단층촬영(brain CT scan), 자기공명영상법(MRI), 뇌혈관조영술, 양전자방출단층술(PET), 단일광자방출 전산화 단층술(SPECT), 뇌척수액 검사 등을 기초로 해야 한다면서도, 단서에 "그러나 피보험자가 사망해 상기 검사 방법을 진단의 기초로 할 수 없는 경우에는 1. 보험기간 중 뇌출혈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고 있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문서화된 기록 또는 증거가 있는 경우, 2. 부검감정서상 사인이 뇌출혈로 확정되거나 추정되는 경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진단확정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판결은 앞서 본 단서 규정 중 2호의 내용을 "부검감정서 및 이에 준하는 자료상 사인이 뇌출혈로 확정되거나 추정되는 경우"로 넓게 해석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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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3년 4월 1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삼성화재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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