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계약 체결 전후 사고발생 위험 변경 또는 증가 없으면 직업 변경 통지의무 없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용접 업무를 하던 1인 사업체 대표가 보험사에 알리지 않고 다른 회사의 용접공으로 근무하며 그라인딩 용접 작업을 하다 왼쪽 눈을 크게 다친 경우 직업 변경 통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보험계약 체결 후 피보험자의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보험사는 계약 당시의 약정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모 씨는 2002년 10월과 2010년 삼성화재해상보험의 상해보험상품에 가입했다. 1인 사업체 대표로서 2000년 7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용접 업무를 하던 이 씨는 2019년 9월 한 주식회사에서 용접공으로 근무하게 됐다.

2019년 9월 어느 날 이 씨는 그라인딩 용접 작업을 하던 중 그라인더 날이 파손되면서 파편이 눈에 튀어 좌안 안구가 파열되는 사고를 당해 다음달 좌안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았다. 

이후 이 씨는 해당 진단 내용을 토대로 삼성화재에 보험금 6천953만원을 청구했으나, 삼성화재는 변경 전 요율의 변경 후 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16,470,583원의 보험금을 삭감한 53,059,417원만을 지급했고 나머지 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절했다. 이 씨가 약관에 따른 계약 후 알릴의무(통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화재는 이 씨가 보험계약 체결 당시 1인 사업체의 대표로서 용접 업무를 하다가 사고 발생 당시에는 다른 회사의 직원으로서 용접 업무를 하고 있었으므로, 실제로도 이 씨에게 사고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봐서 거절 결정을 했다고 통보했다. 

반면 이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부터 사고 발생 시까지 계속 용접 업무에 종사했으므로, 직업 또는 직무의 변경으로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됐다고 할 수 없다며 삼성화재의 결정에 반발했다. 양측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이 씨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법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다. 

로피플닷컴은 여러분의 든든한 보험 법률 파트너
법률상담 문의 ☎ 02-595-7907

서울중앙지법 제11-1민사부[재판장 이창열 부장판사]는 이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보험금 16,470,583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취지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즉 재판부는 이 씨가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삼성화재가 그에게 보험금 청구액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1)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이 씨의 보험계약 청약서에 그의 직업이 '제품생산업체 운영자'나 '전기장비 조립원'으로 고지됐고, 이후 이 씨의 직업이 삼성화재에 별도로 통지된 바는 없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 체결 당시 이 씨의 직업이 용접공이었고, 그 후 사고 당시에도 용접공이었으므로, 이를 '보험계약 체결 후 보험기간 중에 직업 또는 직무가 변경'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화재는 보험계약 당시 고지의무 위반이 있었던 경우 통지의무로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 또는 증가 사실을 알릴 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나, 고지의무의 대상을 다시 통지의무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사실상 보험자로 하여금 제척기간 등의 제한 없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지의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씨가 보험계약에 따른 통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삼성화재는 이 씨에게 삭감해 미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 가입자는 보험계약을 맺은 후 직업이나 직무를 변경한 경우 지체없이 서면으로 보험사에 알리고 보험증권(보험가입증서)에 확인을 받아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 의무를 계약 후 알릴 의무(통지의무)라고 한다. 통지의무 위반이 있을 경우 보험사는 직업, 직무가 변경되기 전에 적용된 보험요율(변경 전 요율)의 직업, 직무가 변경된 후에 적용해야 할 보험요율(변경 후 요율)에 대한 비율에 따라 보험금을 삭감하고 지급한다. 다만 변경된 직업, 직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발생한 손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다. 

상법도 통지의무에 관해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는 지체없이 보험사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란 그 정도의 위험이 계약 체결 당시에 존재했다고 하면 보험사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되는 정도의 위험의 변경·증가를 말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2) 또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를 알았어야 한다.

이 사안의 경우 보험계약 체결 당시는 물론 사고 발생 당시에도 용접 업무를 계속해왔던 이 씨가 위험의 현저한 변경이나 증가를 알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 같다. 옳다고 인정할 수 있는 2심(항소심) 판결이다.

[복제·배포 또는 방송 금지]

 LAWPIPL.COM
  • 최초 등록일 : 2023년 1월 14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11. 30. 선고 2021나61989 판결.
2) 대법원 1997. 9. 5. 선고 95다25268 판결.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