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자택 화장실서 넘어져 머리를 다친 후 치료를 받다 숨졌다면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손상을 입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대전지법 민사5-3부[재판장 윤이진 부장판사]는 사망한 진 모 씨1)의 자녀(유족)가 D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유족의 항소를 받아들여 최근 "보험금 1억5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진 씨는 2017년 6월 오전 5시 내지 6시 사이 대전 북구에 있는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져 왼쪽 이마가 일부 찢어지고 오른쪽 눈 부위에 멍이 드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진 씨는 다음날 인근 병원을 방문해 '두통, 말 어눌함' 등의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치료 병원의 의사는 진 씨의 병명을 뇌진탕(의증) 등으로 진단하고 진 씨에게 대학병원에서 뇌CT 촬영과 신경외과 진료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내원했던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진 씨에게 뇌CT 촬영 등 정밀검사를 권유했으나, 진 씨는 이를 거부하고 기본적인 혈액 검사 등만 실시하고 퇴원했습니다. 진 씨는 퇴원 다음날 오전 10시 30분께 자택에서 쓰려졌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20분간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사망했습니다.
진 씨의 자녀는 "화장실에서 넘어져 다친 사고로 인해 상해를 입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이는 보험계약상 상해사망에 해당하므로 상해사망보험금 1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DB손해보험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진 씨는 2011년 상해사망 시 보험금 1억5천만원을 상속인에게 지급하는 계약을 DB손해보험과 체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진 씨는 자택 화장실에서 넘어져 왼쪽 이마가 찢어지고, 오른쪽 눈 부위에 멍이 드는 상해를 입었고 그 상해에 대해 의사로부터 뇌진탕 의증 등의 진단을 받았으며, 진 씨는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약 55시간여만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대전지법, 유족에 승소 판결
이어 「진 씨가 사고로 인해 입은 상해 부위와 정도, 범위 등에 비춰 볼 때 진 씨가 넘어지면서 머리 부위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감정의 소견에 의하면 진 씨의 사망원인으로 두개강 내 출혈, 돌연사 또는 급성 전격성 심근염을 검토해볼 수 있으나, 우측 안구 및 귀 주변부 출혈, 구음장애 증상과 흉부 X-ray상 간질 표식 증가의 부존재, 근육효소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두개강 내 출혈이 가장 유력한 사망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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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처럼 진 씨에게 화장실에서 넘어져 입은 손상 즉 외래의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분명해 유족은 보험금청구권의 발생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다했다고 볼 것인바, 정밀검사나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사정을 유족에게 불리하게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DB손해보험은 상해보험금의 수익자인 진 씨의 자녀에게 계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을 배제할 수 없고, 진 씨에 대한 부검도 이뤄지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사고 후 며칠 뒤에 사망했다는 사정만으로 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입은 상해로 인해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민사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된 사고와 피보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2) 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그 감정 방법 등이 경험칙에 반하거나 합리성이 없는 등의 현저한 잘못이 없는 한 법원은 이를 존중해야 합니다.3)
화재보험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보험사고 요건 중 하나인 우연성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4) 상해보험이나 재해특약에서는 우연성에 관해 보험금청구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외래의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면 피보험자 등의 보호를 위해 보험자에 의한 반증이 없는 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왜냐하면 보험금청구자에게 사고가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우연성)이라는 소극적 사실에 대해서까지 입증하라고 할 경우, 고의에 의하지 않은 사고라는 소극적 사실의 입증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입증 대상이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보험금청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험금청구자가 우연성까지도 증명해야 한다면, 피보험자의 고의를 면책사유로 규정해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보험자에게 부담시킨 상법 규정(상법 제659조) 및 약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면책사유가 없음(피보험자의 고의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보험금청구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돼 상법 규정 및 약관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고, 입증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보험금 청구가 기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례의 경우 피보험자가 사망한 이후 피보험자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피보험자의 사망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외래의 사고가 발생한 이상 유족 측은 보험금청구권의 발생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을 다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에 대해 DB손해보험은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진 씨의 사망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판결을 원용했으나,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판결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자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안(가령, 피보험자가 외상없이 침대에 누워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경우 등)이므로, 외래의 사고(화장실에서 넘어져 입은 손상)가 발생한 이번 사례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부검 이외의 증거들만으로 사망의 원인을 밝힐 수 없는 경우에 유족들이 부검을 실시하지 않음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지, 이번 사례와 같이 부검 이외의 자료들에 의해서 보험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부검이 실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에게 인과관계의 증명에 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므로 이를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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