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청약서 직업란 기재 글자 그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직업 고지의무 위반 아냐


글 : 임용수 변호사


가입자가 청약서 중 고지사항에 기재된 자신의 직업에 관한 사항을 '글자 그대로' 고지했다고  볼 수 없다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의견을 덧붙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3단독 이현종 판사는 박 모 씨의 유족이 엠지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1)

박 씨는 2018년 3월부터 8월까지 엠지손해보험과 사이에 '일반상해로 사망 시' 총 1억6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박 씨가 작성한 청약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에는 취급업무란에 '대표', 업종란에 '정원사, 조경사 및 원예사'라고 기재돼 있었는데, 모두 손 글씨는 아니었고, 청약서 양식의 전자파일에 해당 내용을 입력한 뒤 출력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박 씨는 세종시에 있는 임야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중 뒤쪽에서 쓰러진 나무에 머리와 어깨 부위를 부딪혔고, 인근 병원에 입원해 두개골 절제술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2019년 6월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엠지손해보험은 "박 씨가 가입 이전부터 벌목공[3급]으로 일해온 사실이 확인됨에도 직업을 조경사[2급]로 고지함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을 해지 처리하고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유족들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을 뿐더러 엠지손해보험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고 해지권의 제척기간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판사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판사는 「청약서 중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에 기재된 박 씨의 직업 등의 기재는, 박 씨가 직접 손 글씨로 작성하거나 보험설계사 등이 박 씨와 직접 문답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 아니라, 청약서 양식의 전자파일에 해당 내용을 입력한 뒤 출력한 것이고, 특히 그 기재는 보험설계사 등이 정형화된 청약서 양식의 전자파일에 해당 내용을 입력한 뒤 출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점에서 박 씨가 보험설계사 등에게 청약서 중 계약 전 알릴의무사항에 기재된 박 씨의 직업에 관한 사항을 '글자 그대로' 고지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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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박 씨가 '대표'와 '벌목공'의 차이 등, 청약서에 기재되는 박 씨의 직업에 관한 사항과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그 밖에 청약서 등에 박 씨의 직업이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사무직인지, 현장직인지, 그리고 박 씨가 대부분 또는 주된 업무를 수행하는 장소나 형태가 어떠한지 등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질문하거나 확인하는 내용이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면, 박 씨는 보험계약 당시 자신의 자신의 직업에 관한 사항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허위로 또는 부실하게 고지했다고 할 수 없다」며 「엠지손해보험은 박 씨의 약관상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은 보험계약 당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의 고지를 한 경우 보험사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월 내에,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년 내에 한해 계약을 하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지의무가 있는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의 존재와 그런 사항의 존재에 대해 이를 알고도 고의로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를 알지 못해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건의 경우 보험설계사가 가입자인 박 씨에게 보험 청약서에 기재할 박 씨의 직업이나 업종, 취급업무를 박 씨의 회사 내 지위[대표]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박 씨가 현실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그리고 박 씨가 회사 대표로서 소속 직원들과 함께 현실적으로 벌목업무를 수행할 경우 박 씨의 직업 등을 '대표'가 아닌 '벌목공'으로 기재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사실을 주된 근거로 고지의무 위반 성립의 주관적 요건인 박 씨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부인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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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10월 9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10. 선고 2022가단502430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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