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의 간헐적 굴삭기 운전은 '부업 또는 겸업'이라고 볼 수 없어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계약상 고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황 씨는 2017년 8월 메리츠화재와 '일반상해로 사망 또는 80% 이상에 해당하는 장해상태가 됐을 때' 총 1억36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3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황 씨는 보험계약 당시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과 관련해 '직업명'에 '과수작물 재배원'이라고 적고, '하시는 일' 란에는 '작물재배 및 관리'라고 기재했습니다. '현재 운전을 하고 있습니까?'의 물음에 '차종' 란의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오토바이(50cc 미만 포함), 건설기계, 농기계, 기타] 중에 '승용차'에만 체크했고 '건설기계'에는 체크하지 않았습니다. 또 '부업 또는 겸업,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가 있습니까?'의 물음에 '아니오'라고 체크했습니다.
7개월 후 황 씨는 일용직 굴삭기 기사로 고용돼 공사 현장에서 분해된 세륜기를 굴삭기로 인양하던 중 무게중심이 쏠려 굴삭기가 운전석 방향으로 전도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로 황 씨는 늑골 다발골절상, 흉추 압박골절상 등을 입어 팔의 장해[60%], 척추[등뼈]에 약간의 기형 장해[15%], 갈비뼈에 뚜렷한 기형 장해[10%] 등이 남아,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 측은 "보험계약 체결 당시 황 씨가 굴삭기 기사였음에도 직업을 과수작물 재배원으로 고지함으로써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황 씨는 "계약 체결 및 사고 당시 직업은 '과수작물 재배원'이었고, 하는 일이 '작물재배 및 관리 업무'였다"며 "비록 황 씨가 과거 굴삭기 운행사업을 한 적은 있으나 보험 가입 전인 2011년경 폐업했고, 그 후에는 굴삭기 기사로 간헐적으로 총 10일간 일용직으로 근로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직업을 '굴삭기 기사'로 볼 수 없으므로 '굴삭기 기사'라고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고 판사는 황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고 판사는 「황 씨가 2011년 1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약 6년에 걸쳐 사고 발생 이전에 간헐적으로 총 10일을 굴삭기 운전을 했다」며 「그런데 이런 굴삭기 운전을 황 씨의 직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황 씨가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서면에서 황 씨의 직업에 관해 '직업명' 란에 '과수작물 재배원', '하시는 일' 란에 '작물재배 및 관리'라고만 기재하고, 굴삭기 운전을 직업으로 추가로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약 6년에 걸친 총 10일 정도의 간헐적인 굴삭기 운전을 '부업 또는 겸업이나 계절적으로 종사하는 업무'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도 없어 이 부분에 체크하지 않은 점 또한 고지의무 위반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면 보험사가 그런 사실이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것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고지의무 위반의 성립 요건 중 객관적 요건에 관한 보험사의 입증이 부족했다고 본 사례입니다. 사실상 부업 또는 겸업이라고 하더라도 '간헐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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