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철근 도소매업에 종사하던 피보험자가 공사현장에 있던 트럭 적재함 위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후유장해를 입었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후에 화물운전사나 위험도가 높은 직업으로 변경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면, 보험사는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해서는 안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인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미리 전화로 방문 일시를 정한 후에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사무실을 방문해 주시기 바란다.
김 씨는 2018년 6월 남양주시에 있는 한 식당 앞 공사현장에 있던 트럭 적재함 위에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사고로 하반신마비 등의 상해를 입었다. 김 씨는 그 사고로 인해 보험계약상 장해지급률 100%에 해당하는 후유장해가 남았음을 이유로 케이비손해보험에게 보험금 2억원의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직업 변경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전제로 직업급수 비례보상(1급에서 3급으로 변경)을 적용, 산정된 보험금 7300여만원만을 지급했다. 김 씨가 체결한 케이비손해보험의 약관 '계약 후 알릴 의무' 조항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을 맺은 후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하게 된 경우 지체없이 서면으로 회사에 알려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 김 씨는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으므로 케이비손해보험은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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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 당시 작성된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에는 김 씨의 직업이 '도소매업'으로 기재돼 있는데, 보험계약 청약서에는 김 씨의 영위 직종이 재료 관리 및 경영자라고 기재된 경위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이를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가 자신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철근 도소매업에 종사해 왔고, 사고 당시 철근 납품을 위해 거래처인 공사현장에 가서 철근을 내려주던 중 트럭 적재함에서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바, 이를 들어 김 씨가 보험계약 당시 고지한 것과 달리 '영업상' 차량을 운행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씨가 2018년 11월 직무확인서 및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을 작성하고, 장기보험 통합[일반] 변경승인 신청서상 자필서명을 했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계약 당시 김 씨의 직업이 변경됐다거나 김 씨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서 본 인정사실이나 케이비손해보험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보험계약 후 김 씨가 직업 또는 직무를 변경했다거나, 보험기간 중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됐다거나, 그런 사실을 김 씨가 알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김 씨가 계약 후 알릴 의무를 위반했음을 전제로 하는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금 삭감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법 제652조 제1항은 "보험기간 중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는 지체 없이 보험사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이란 그 변경 또는 증가된 위험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보험사가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적어도 그 보험료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사실을 말하고, '사고 발생의 위험이 현저하게 변경 또는 증가된 사실을 안 때'란 사고 발생의 위험과 관련된 특정한 상태의 변경이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상태의 변경이 사고 발생 위험의 현저한 변경·증가에 해당된다는 것까지 안 때를 의미한다.2)
이 사례의 경우 김 씨가 보험계약 당시부터 이미 철근 납품을 위해 화물차를 운행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있었던 반면 보험계약 이후에 비로소 화물차 운전을 시작하거나 직업을 화물운전사로 변경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었다는 점에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을 뿐 계약 후 알릴 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인 사안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직업이나 직무 변경 시의 계약 후 알릴 의무와 관련된 자세한 보험법리는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 제3판』에 나와 있다.
2)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217108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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