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조직검사 정확성 담보 못하거나 부당하면 임상학적 방법으로 암진단 확정 가능하다


글 : 임용수 변호사


조직검사 등 병리학적 검사 결과 악성종양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검사 부위의 특성상 조직검사의 정확성을 담보할 만한 검사 대상 조직을 확보할 수 없었거나 조직검사를 강행하는 것이 부당했다면 임상학적 방법으로 암 진단을 확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번 판결은 비록 하급심이기는 하지만 임상학적 암 진단 확정 여부를 다투는 유사 분쟁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7단독 김재은 판사는 '임상학적 방법으로 암 진단 확정을 받았다'며 김 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은 김 씨에게 암 진단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김 씨가 병리과 전문의로부터 보험약관상 다발성소아암 악성신생물 분류표의 악성신생물에 해당하는 뇌생식세포종[C71.9]이라는 임상학적 진단을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보험약관 중 다발성소아암진단보장 특별약관에 의하면 김 씨에 대해 임상학적 진단을 근거로 암 발생이라는 보험사고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 등에 의한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해야 하는데, 2018년 2월 실제로 김 씨에 대해 내시경적 조직검사가 실시됐고, 그 검사 결과 악성종양이 확인되지 않았음이 당사자 사이에 다툼 없는 사실로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김 판사는 하지만 「조직검사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전문의에 의해서 뇌생식세포종이라는 임상학적 진단이 내려졌고, 최초 조직검사 후 실시된 뇌 CT 검사 결과에서 잔류 병변이 관찰됐다가 이후 방사선 치료 후 병변이 소실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 씨와 같은 생식세포종은 현재 조직검사 없이 시험적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고, 병리과 전문의는 김 씨에게 발생한 종양의 위치상 조직검사가 제대로 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고 추가적인 검사는 김 씨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김 씨에 대해 다발성소아암의 진단확정을 목적으로 한 적정한 수준과 방법의 조직검사가 실시됐다고 보기 어렵고, 뇌기저부라는 검사 부위의 특성상 조직검사의 정확성을 담보할 만한 검사대상 조직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그것을 강행하는 것이 부당해 조직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김 씨의 아버지는 2007년 현대해상과 김 씨 등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피보험자에게 보험약관에서 정한 다발성소아암으로 최초 진단확정된 경우 암 진단금으로 5000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되, 암 진단확정은 조직검사 등에 대한 현미경 소견으로 하지만 병리학적 진단이 가능하지 않을 때는 다발성소아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이 다발성소아암의 증거로 인정된다는 등의 약정을 했습니다. 

김 씨는 2018년 2월 병원에서 뇌생식세포종 진단을 받게 됐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2018년 5월 현대해상에게 암 진단금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김 씨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암이나 악성종양이 아니라는 병리학적 진단이 있었으므로, 설령 김 씨가 암에 대한 임상학적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험약관에서 정한 암의 진단확정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반발한 김 씨는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최근 하급심 판례는 종양의 진행이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뇌 부위에  발생한 종양이더라도 조직검사상 양성이라면 임상학적 방법에 의한 암 진단확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이 판결은 최근 판례의 경향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판단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김 씨의 경우 방사선 치료 후 병변이 없어졌다는 것은 종양이 악성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고, 이런 사정과 김 씨의 뇌에 대한 자기공명영상 소견에서 배아세포종으로 진단된 점 등을 고려하면 김 씨에 대한 최초 조직검사는 종양의 주변부에서 채취된 조직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진료기록 감정의(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병리과 전문의)의 소견 등을 고려해 약관상 조직검사 등에 의한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한 경우라고 판단했습니다.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사례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결론이 달라지는 이유는 사안의 내용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데 있겠지만 사례 별로 담당하는 판사의 전문 지식이나 경험,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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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8월 21일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11. 선고 2020가단509851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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