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배드민턴 복식 경기하다 팀 동료 왼쪽 눈 손상… 보험사, 보험금 지급 의무 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배드민턴, 테니스 등과 같이 상대방이나 팀 동료와 신체 접촉이 거의 없는 운동에서 무리한 동작을 하다 팀 동료 선수에게 부상을 입혔다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이 같은 사고는 가족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 약관상 일상생활로 인한 우연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 장해에 대한 법률상의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즉 불법행위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됩니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변호사의 의견을 담은 해설과 법률 조언 등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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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민사4단독 오규희 판사는 박 모 씨가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보험사는 보험금 57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오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 씨는 코트 앞쪽, 가해자인 팀 동료는 뒤쪽에 각각 위치해 배트민턴 복식 경기를 하던 중 상대편이 친 셔틀콕이 박 씨 측 네트로 넘어왔고 이에 앞자리에 있던 박 씨가 그 셔틀콕을 받아넘기기 위해 공중을 바라보며 셔틀콕을 따라가다 팀 동료가 셔틀콕을 치기 위해 휘두른 라켓에 왼쪽 눈을 맞아 부상을 입게 됐다」며 인정된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이어 「두 사람이 한조가 돼 비교적 넓지 않은 코트 안에서 라켓을 휘두르며 경기를 하게 마련인 배드민턴 복식경기에서, 경기자는 항상 같은 편 경기자의 동태를 잘 살펴가며 동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기를 하는 등 서로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선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고는 팀 동료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므로 그는 박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박 씨는 상법 제724조 2항에 의해 그의 보험사인 메리츠화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배드민턴 경기는 부상의 위험성이 상존하므로 보안경 등을 착용해 자신의 눈을 보호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박 씨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과, 배트민턴 복식 경기 중 셔틀콕이 뒤로 갔을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과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셔틀콕을 뒷사람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것은 동호인 사이에 일반적으로 숙지된 사항인 점 등 사고 경위를 참작해야 한다」며 가해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습니다.

박 씨는 지난 2017년 8월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배트민턴 경기장에서 배트민턴 복식 경기를 하던 중 같은 팀 동료가 휘두른 라켓에 왼쪽 눈을 맞아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후 24%의 후유장해 및 노동능력 상실을 입게 됐습니다. 박 씨는 피고 보험사에 "가족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에 해당한다"며 보험금을 청구했고, 이에 메리츠화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자 법원에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최근 운동 경기를 통해 건강을 챙기고 취미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경기 도중 부상을 입는 사고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소송도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례에서 판례는 운동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경기자 등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경기자 등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의무인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보면서도, 타인과의 신체 접촉이 예정돼 있는 종목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가해자의 책임 유무나 그 책임 범위를 각기 다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 판례의 경향을 살펴보면, 축구와 농구, 권투, 태권도, 레슬링 등 신체 접촉이 빈번한 운동을 자발적으로 하다 다쳤다면 사고를 유발한 상대방에게 배상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습니다. 권투나 태권도, 레슬링 등과 같이 상대방에 대한 가격이 주로 이뤄지는 형태의 운동경기나 다수의 선수들이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승부를 겨루는 축구나 농구 등의 운동경기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같은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경미한) 위험은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행위가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2) 

반면, 배트민턴과 테니스, 골프 등과 같이 상대방이나 동료와 신체 접촉이 거의 없는 종목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가해자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유형의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 규칙을 준수하고 주위를 살펴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에 대해서도 신체 접촉이 거의 없는 종목의 특성상 경기 중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위험을 감수했다고 쉽게 인정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 판결의 결론에 수긍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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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8월 14일

1) 부산지방법원 2022. 6. 23. 선고 2020가단328743 판결.
2)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66849, 2011다66856 판결,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694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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