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자동차 운전자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형사합의금 명목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관 조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자가용 자동차를 영업[택배업] 목적으로 운전하는 동안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소개하고 해설한다.
2017년 케이비손해보험의 중상해교통사고처리보장 특약에 가입한 정 씨는 2016년 6월부터 개인사업자로서 포터 화물자동차를 이용해 택배업을 하고 있었다. 정 씨는 2020년 11월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화물차동차를 운전해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후진을 하다 타인을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정 씨는 2021년 5월 피해자 유족에게 형사합의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한 뒤 케이비손해보험에게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특약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자동차사고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매 사고마다 피해자 각각에 대해 피보험자가 형사합의금으로 지급한 금액을 중상해교통사고처리보장 보험금으로 피보험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피보험자가 자가용 자동차를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면책 조항을 두고 있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정 씨의 사고가 화물자동차를 영업 목적으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것이므로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케이비손해보험은 특약에 따른 보상 책임으로 피보험자인 정 씨가 피해자에게 지급한 형사합의금 20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면책조항의 설명의무에 대해서는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보험금 지급 청구권이 전부 소멸되는 효과가 발생하므로 보험계약 당시 택배 영업에 종사했는지 여부에 따라 설명의무의 대상에 속하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면 보험계약 당시에는 종사하지 않았으나 추후에 그 직무에 종사하게 되는 보험가입자로서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합리적 이유 없이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며 「이 면책조항은 보험사인 케이비손해보험이 구체적 설명의무를 부담하는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 씨는 '보험금 지급 관련 보장하지 않는 사항 등 보험금 지급관련 유의사항'에 대한 내용을 교부받고 "설명 듣고 이해"하였다는 취지로 서명 및 날인한 사실은 있으나, 상품설명서에는 면책조항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며 「보험약관의 내용이 추상적·개괄적으로 소개돼 있는 상품설명서를 교부한 것만으로는 보험사인 케이비손해보험이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3)」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에 규정된 영업 목적의 운전에서 '영업'의 의미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영업 목적의 운전이란 '자동차를 요금이나 대가를 목적으로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피보험자의 운전이 영업 목적인지 여부는 운행 목적과 운행 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듯하다. 이 판결은 '택배업'을 하며 트럭으로 화물을 계속적·반복적으로 배달한 사실 즉 영업[택배업] 목적으로 운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는 경우이고, 형사합의금 면책조항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만 문제됐던 사례다.
약관에 정해진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이라면, 그런 사항에 대해서까지 보험사에게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이 보험사에게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험사가 이런 보험 약관의 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1316 판결 등 참조).
이 사례에서 문제된 형사합의금 면책조항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를 면제하고 피보험자에게 불리하게 보험금 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이 면책조항의 내용이 별도로 설명하지 않아도 일반인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항이라거나 이미 법령에 규정돼 있는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이 형사합의금 면책조항은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고 보험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상세한 설명의무를 진다는 취지의 판시 내용에 수긍이 간다.
3) 대법원 1999. 3. 9. 선고 98다43342, 43359 판결 등 참조.
안녕하세요. 동일한 사례로 보험사와의 분쟁중에 있어, 혹시 위 사례의 판결 번호(?) 를 알 수 있으지 문의드립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