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부부싸움 중 방화로 화상 입고 사망…'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가입자가 부부싸움을 하던 중 방화로 화상을 입고 사망했더라도 사망 등 중대한 결과에 대해서 고의가 없었다면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하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모 씨1)는 2015년 1월 현대해상화재보험과 상해 사고로 사망하면 1억원의 보험금을 받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는 2018년 5월 부부싸움을 하다 전신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화상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숨졌습니다. 부부싸움 중에 이 씨가 화가 난다는 이유로 건물 외부 컨테이너 창고에 보관하던 휘발유 통을 가져와 거실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놓아 거실과 천정 등에 번지게 하면서 이 씨가 화재로 인해 질식 및 전신 화상을 입은 것입니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치료를 받았지만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이에 이 씨의 유족은 현대해상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현대해상이 "이 씨는 스스로 방화해 사망에 이른 것"이라며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대전지법 민사3-1부[재판장 박상준 부장판사]는 사망한 이 씨의 유족이 현대해상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던 1심을 취소하고 "현대해상은 유족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2)

재판부는 「이 씨가 화재 발생 직전 화가 난다는 이유로 건물 외부 컨테이너 창고에 보관하던 휘발유 통을 들고 건물에 들어가는 모습이 CCTV 영상으로 확인된다」며 「이 씨가 스스로 휘발유를 뿌려 방화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배우자가 이 씨의 사망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261%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도중 이 씨가 가지고 온 휘발유 통을 빼앗아 뿌리고 불을 붙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런 사실만으로는 이 씨가 방화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춰 보험계약자가 상해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용인했으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인식‧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면, 그런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약관에서 정한 '고의에 의한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재 전후의 상황과 이 씨가 화상을 입은 채로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점을 고려하면, 이 씨가 방화하는 행위로 인해 자신이 상해를 입을 것을 최소한 미필적으로 인식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을지언정, 더 나아가 자신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런 결과의 발생을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은 이유 없으므로 현대해상은 유족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이 씨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신체나 생명에 해를 입을 것을 최소한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서 그 결과를 용인한 채 주거지 등에 휘발유를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사의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경우 자살의 의사를 밝힌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이 씨가 방화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에 의한 손해'를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런 면책약관은 이를 엄격히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원칙이고, 상해와 사망 사이에는 그 피해의 중대성에 있어 질적인 차이가 있고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으므로 통상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사망 등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생긴 경우에까지 보험계약자 등이 스스로 초래한 보험사고로 취급돼 면책약관이 적용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 보험계약자 등의 일반적인 인식인 점, 보험계약자 등이 적극적으로 사망 등의 결과를 의욕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닌 이상 그에 대해 면책약관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더라도 인위적인 사고를 조장할 위험성이 크다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보험의 사회보장적 기능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고의 경위와 전후 사정 등에 비춰 보험계약자가 상해에 대해서는 이를 인식‧용인했으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에 대해서는 인식‧용인했다고 볼 수 없는 경우라면, 그런 사망 등으로 인한 손해는 약관에서 정한 '고의에 의한 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3) 이같은 취지에서 2심 판결의 결론이 타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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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7월 31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합니다.
2) 대전지방법원 2022. 5. 27. 선고 2021나109453 판결(확정).
3)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다62628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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