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10대 질병이 아니라면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 적용 안돼... 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전에 진단 또는 치료받은 질병이 보험청약서 계약전 알릴의무에 규정된 10대 질병에 준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험사는 계약 전 발병 부담보 조항에 따라 면책되지 않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보험전문 임용수 변호사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보험법 자문 포함)을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저희 사무실을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한 모 씨1)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에 걸쳐 현대해상보험과 사이에 '질병으로 사망 시' 각각 1억원씩을 지급하는 내용의 질병보험계약 2건을 체결했는데, 요양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던 2017년 12월 폐렴이 발생했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며칠 뒤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이후 유족이 보험계약에 따라 질병사망보험금 2억원을 청구하자, 현대해상은 보험계약 전 한 씨가 고지 대상이 되는 모든 질병 또는 10대 질병에 준하는 것으로 입원치료를 받다가 사망했고 한 씨의 사망과 고지하지 않은 질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약관에 '청약서상 계약전 알릴의무(중요한 사항에 한합니다)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인해 과거(청약서상 해당 질병의 고지대상 기간을 말합니다)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 ... 보험금 중 해당 질병과 관련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면책조항을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주지법 민사1부[재판장 임병렬 부장판사]는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2)

재판부는 「면책조항은 보험계약자의 보험금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단순히 '계약전 알릴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이라고 기재돼 있어 그 의미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이런 경우 결국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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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보험계약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인데, 계약전 알릴의무 사항에는 사망의 위험성이 전혀 없거나 극히 적은 모든 치료행위를 포괄적으로 기재하도록 돼 있고, 질병뿐만 아니라 치료, 입원, 수술, 투약 사항 일체를 기재하도록 돼 있어 현대해상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해석한다면 오히려 보험계약자의 보험금청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면책조항에서 말하는 '질병'의 의미는 계약전 알릴의무에 기재된 10대 질병에 준하는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나아가 한 씨의 과거 질병이 계약전 알릴의무에 규정된 10대 질병에 준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씨의 질병인 알코올성 간염과 뇌전증은 10대 질병 중의 간경화증, 뇌출혈, 뇌경색과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고, 사망의 위험성이나 치료의 가능성 측면에서 이에 준할 정도라고 볼 수 없다」며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면책조항에 따른 질병은 계약전 알릴의무상 10대 질병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며 한 씨의 질병은 10대 질병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 면책조항을 적용해 유족의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앞서 1심3)은 항소심 판시 내용과 견해를 같이하면서도, 설령 한 씨의 질병이 면책조항에서 말하는 '질병'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한 씨가 기왕에 입원치료를 받은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계약 체결 전에 발병의 소인이나 증상 등이 있었던 경우 보험기간 중에 그로 인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약관 규정을 '계약전 발병 부담보(약관 문언상으로는 청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이라고 한다. 이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 해지권을 제척기간이 지나 행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고지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질병과 인과관계가 있는 보험금 지급사유에 대해서는 청약일로부터 5년의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그 질병으로 진단 또는 치료를 받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험사의 담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계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의 효력 유무에 대해서는 유효라고 보는 견해4)와 무효라는 견해5)가 대립하고 있다. 

2017년 6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계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이 상법 제663조,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및 제7조 제2호, 제3호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고, 이후 금융감독원은 2019년 1월 1일자로 생명보험과 질병·상해보험 표준약관에서 계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을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상법 보험편 규정과 보험계약법의 특성을 어느 하나라도 도외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금융감독원이 헛다리 짚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과 금융감독원의 조치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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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6월 18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 씨를 사용한다.
2) 청주지방법원 2022. 4. 22. 선고 2021나53386 판결.
3)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5. 12. 선고 2019가단21340 판결.
4) 부산지방법원 2017. 9. 8. 선고 2016나53203 판결. 이 판결은 '계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을 '보험금 지급에 관한 세부규정'으로 해석한 후 급여와 반대급여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금 지급사유의 범위를 어느 정도 한정할 필요가 있는 점, 생명보험표준약관도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계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의 유효성(상법 및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5)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계약전 발병 부담보 조항'은 상법 제663조, 약관규제법 제6조 제1항, 제2항 및 제7조 제2호, 제3호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조정일자: 2017. 6. 27. 조정번호: 제20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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