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정신질환을 앓던 피보험자가 충동적, 극단적인 방법으로 11층 자신의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면 보험사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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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던 김 모 씨는 정기적으로 병원에 내원해 불안, 우울, 충동장애, 수면 장애, 병원 업무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면서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등의 정신과 약물을 투약받아 왔습니다.
김 씨는 2016년부터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아왔는데, 사망일에 가까운 시점에 담당의에게 음주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고, 우울증상을 호소하면서 "죽고 싶은 생각도 든다. 구체적 생각도 든 적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망일 전 2, 3일 무렵 변호사를 통해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장이 발부됐다는 연락을 받고 사망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변호사와 상담을 하고 집에 온 후 매우 불안해하며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습니다. 그 뒤 김 씨는 가족과 함께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그날 새벽 3시 47분쯤 일어나 안방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갑자기 맞은 편 작은방으로 들어가 11층 높이의 창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김 씨가 사망 당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다'며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면책조항에 따라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이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 "심신상실 등의 상태서 사고...면책사유 안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단독 이종엽 판사는 "보험사는 원고들에게 총 1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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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사는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김 씨가 스트레스 상태에서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후 잠을 자다가 깨어 화장실에 다녀오던 중 돌연 작은방 창문으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그 방법이 전혀 계획적이지 않고 충동적, 극단적인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망에 즈음한 김 씨의 정신 상태와 극도의 스트레스 요인의 존재, 김 씨의 사망 경위와 방법 등에 비춰보면, 김 씨는 사망 당시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가 말하는 면책사유는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절단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사망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 진료기록 감정인은 김 씨가 경험했던 극심한 스트레스가 우울, 불안을 극대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며, 알코올 섭취는 충동성을 강화하고 자기 통제력을 악화시켜 우울증을 가진 김 씨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충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감정의견을 제출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아왔던 김 씨가 병원 업무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온 데다 사무장 병원 운영 혐의로 구속될 상황에 처해 고통을 받다가 술을 마시고 판단능력이 극도로 떨어진 나머지 통제력을 잃고 목숨을 끊었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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