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금, 근로자의 잘못 있어도 안전배려의무 위반 있었다면 받을 수 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근로자의 잘못과 기질적 소인 등으로 사고를 입었을지라도, 회사의 안전배려의무가 있었다면 해당 보험사로부터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한 모 씨는 K사의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인사, 총무, 회계 등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다 사무실에서 두통과 어지러움으로 쓰러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한 씨는 사고 약 1개월 전부터 업무량이 급증했고 기존에 담당했던 관리·지원 업무 외에 현장 업무를 병행하며 주말에도 주차기 유지·보수 업무를 하면서 사고일까지 18일간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를 했습니다. 한 씨는 과중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게 되자 회사 대표에게 관리 업무를 담당할 경력사원을 채용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고 발생 전까지 인력 보충이 이뤄지지 않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한 씨는 곧바로 119 구급대를 통해 병원에 실려갔고, 뇌출혈로 확인돼 코일 색전술 및 두개골 절개술 등을 시행 받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 씨가 입은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한 씨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에 따른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장해급여를 지급했습니다. 

한 씨는 당시 사고로 인한 손해에 대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또 있었습니다. 그가 사고 당시 소속돼 있던 K사가 한화손해보험()에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을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K사는 당시 '한화손해보험이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재해보상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되는 재해보상 금액을 초과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으로써 입은 손해로 근로자 1인당 2억 원의 한도에서 보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 씨는 당시 사용자인 K사가 자신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또는 보호의무를 게을리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한 만큼 국내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계약(사용자배상책임담보 특별약관)에 따라 한화손해보험이 한 씨에게 손해배상액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은 당시 사고는 한 씨의 유전적, 기질적 소인에 기인한 질병일 뿐이고 사용자에게 과실도 없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한 씨는 '사용자인 K사는 자신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보험자인 한화손해보험은 자신의 직접청구에 따라 보상한도 2억 원의 범위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 등 재해보상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되는 재해보상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일실수입과 일실퇴직금, 향후치료비, 개호비, 위자료 등 손해배상액 합계 3억여 원 중 보상한도인 2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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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제11-3민사부[재판장 김우현 부장판사]는 최근 이 사건에 대한 한화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리며, 한화손해보험이 K사와의 국내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 계약에 따라 1심 판결과 같이 한 씨에 보험금 2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1)

재판부는 「한 씨의 기본 근무시간이 주당 54시간 정도이고, 사고 전 1개월 전부터 생소한 업무가 가중돼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사고 전 18일 간은 휴일 없이 근로한 점, 직원들에 대한 해고 업무를 담당한 것도 스트레스 발생 요인이 되는 점 등 종합해보면, 이 사고는 업무상 부담으로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K사 대표는 한 씨에게 적절한 근무 시간과 업무량을 분배하고 그의 상태를 살피면서 적정한 정도의 업무를 부여해 건강을 유지하고 상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한 씨의 휴가 요청을 거부하고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게 했고, 과도한 근로로 이 사고와 같은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사용자인 K사는 사고로 한 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보험자인 한화손해보험은 한 씨의 직접 청구에 따라 보상한도 2억 원의 범위에서 한 씨가 입은 손해 중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 재해보상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되는 재해보상 금액을 초과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소속 근로자(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런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2)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해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사용자에게 해당 근로로 인해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돼야 하고, 그런 과실의 존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근로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습니다.3)

이번 판결은 앞서 말한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충실히 반영한 사례입니다. 수긍할 수 있는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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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2년 6월 4일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동지: 대법원 2000. 5. 16. 선고 99다47129 판결.
3) 동지: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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