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불 질러 일산화탄소 중독 치료 중 사망…법원 "보험금 지급하라"


글 : 임용수 변호사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스스로 불을 질러 유독 가스를 과다 흡입해 사망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던 만큼 고의로 목숨을 끊었다기보다는 우발적 사고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유족 측의 승소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전하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여 드립니다.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거나 보험 법률상담, 변호사 자문 의견서를 원하는 분들은 관련 자료를 모두 지참하고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장병준 부장판사]는 화재 사고를 일으키고 숨진 류 모 씨1)의 남편 장 모 씨 등 유족들이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보험금 1억8천만원 상당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2)

류 씨는 2018년 12월 자택 안방에서 술에 취해 라이터로 침대에 불을 질렀습니다. 평소 남편의 폭력과 실직, 이혼, 경제적 문제 등으로 신변을 비관해 벌인 일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안방, 거실 등이 불탔습니다. 류 씨는 유독 가스를 과다 흡입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 날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류 씨가 생전에 보험을 들어 놓은 케이비손해보험에 사망보험금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약관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정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거절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서 불을 질러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우발적 사고'라며 보험금 지급 판결을 내렸습니다. 류 씨는 불을 지를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330%의 인사불성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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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류 씨에 대해 생전에 정신건강의학과적 전문평가가 이뤄진 사실은 없었지만, 3차례에 걸친 자살 시도의 경위, 진료기록, 일상생활에서의 행동, 감정의의 의견 등을 종합해 화재 사고 당시 주요우울장애 및 알코올사용장애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류 씨가 가족들과 생활하면서 폭력적인 행동이나 반복적인 울음 등을 보인 점, 정신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점 등을 더해 고려해볼 때, 류 씨의 정신질환의 정도는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무렵까지 계속 심해졌고, 이런 영향으로 신체적, 행동적인 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비록 류 씨가 화재사고 전에 아들에게 전화해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했으나, 이는 화재 사고 당시 불을 붙이기 직전에 남긴 말이어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자살을 계획적으로 실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류 씨의 과거 행적을 고려할 때 류 씨는 화재 사고 당시 주요우울장애 및 알코올사용장애의 정신질환으로 인해 의사 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자살을 감행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류 씨의 나이, 체격, 평소 성격, 가정 환경, 자살 당일 행적과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심리 상태,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비춰 류 씨가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즉 면책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번 사례는 유서가 없는 경우이지만, 유서의 존재가 증명된다고 해서 반드시 면책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피보험자가 유서에 신변 정리와 무관한 내용을 기재했거나 또는 극심한 우울 상태에서 판단력이 떨어져 작성한 경우 등에는 유서가 존재하더라도 자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들이 있습니다. 

과거 하급심 판결 중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남편과 말다툼을 하고 홧김에 보일러실에 있던 농약을 마시고 뇌병변 1급 장애 결정을 받은 후 장해보험금 청구했던 사안이 있는데, 선고 결과는 보험계약자 측의 패소였습니다. 보험계약자 측은 "사실혼 배우자와 심하게 부부싸움을 한 후 흥분한 상태로 집 근처에 있는 원두막으로 이동하던 중 농약이 든 페트병을 우연히 발견하고 우발적으로 농약을 음독했으므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부부싸움을 한 후 홧김에 충동적으로 농약을 마셨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보험자의 음독은 '의도적인 자해에 의한 중독 또는 손상' 즉 고의적 자해에 해당한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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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11월 27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를 류 씨라고 부릅니다.
2) 확정된 판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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