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평소 육아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강에 갔다 바지선 아래 물 속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경우 상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법원은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법 자문 의견서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 또는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광주지법 민사5단독 김용태 판사는 강 모 씨1)의 남편과 세 자녀 등 유족이 ㈜케이비손해보험(KB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전부승소 판결했습니다.2)
강 씨는 2020년 4월 자택에서 도로로 50분 가량 떨어진 목포시 소재 모 선착장 내에 있는 바지선 아래 수중에서 가라앉혀져 있는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강 씨가 술에 취해 자살한 것으로 판단돼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족의 진술과 사체 상황 등 검시 결과와 강 씨의 사고 직전 행적 등을 모두 종합해 강 씨의 사인에 범죄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내사 종결했습니다. 강 씨의 사체를 검안한 의사는 사체검안서에 강 씨의 직접사인을 "익수 의증"으로 사고 종류를 "익사"로, 의도성 여부를 "미상"으로 기재했습니다.
이에 강 씨의 유족은 강 씨와 상해보험을 체결한 KB손해보험을 상대로 상해사망보험금을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하자 지난해 8월 "1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강 씨는 평소 육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사고 당시 남편과 다투고 외출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는 강 씨의 휴대폰, 소주 2병, 감기 약통 등이 발견됐고, 강 씨는 점퍼와 운동화를 착용한 상태였습니다.
보험계약 당시 일반상해사망담보 특별약관에는 '상해를 입고 그 직접적인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었습니다.
김 판사는 「보험금 청구자로서는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으로 보아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일단 증명하면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한 것」이라며 「보험사로서는 그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일반인의 상식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백히 증명해야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강 씨가 술에 취해 실족 등으로 강에 빠졌을 수도 있는 점, 이런 유형의 사고는 그 특성상 피보험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강 씨가 불상의 원인으로 강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다」며 「이로써 사고의 우연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KB손해보험은 강 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이므로 면책돼야 한다고 주장하나, 신변 정황만으로 강 씨에게 자살을 선택할 충분한 동기나 원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자살의 징후를 나타낸 바도 없없다」며 「KB손해보험이 들고 있는 정황들만으로는 강 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KB손해보험의 면책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한편 KB손해보험은 '강 씨가 과음, 약물에 의해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면책 주장도 했으나, 김 판사는 「당시 강 씨가 술을 마신 것으로 보이고 감기약을 소지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런 사실만으로 사고 당시 강 씨가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강 씨가 그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의 원인에 대한 외래성과 급격성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가 입증하는 것이 옳지만, 우연성에 대해서는 피보험자나 유족의 보호를 위해 보험사에 의한 반증이 없는 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왜냐하면 상해보험에 보험사고의 요건인 '우연성'의 개념에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보험금 청구자에게 사고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것'이라는 소극적 사실에 대해서까지 입증하라고 할 경우, 사고의 목격자나 객관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는 고의에 의하지 않은 사고라는 소극적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고 입증 대상도 매우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보험금 청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보험금 청구자가 우연성까지도 증명해야 한다면, 피보험자의 고의를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보험사에게 부담시킨 상법 규정(상법 제659조) 및 약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면책사유가 없음(피보험자의 고의 부존재)에 대한 증명책임을 보험금 청구자에게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상법 규정 및 약관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고, 입증의 어려움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보험금 청구가 기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처럼 보험금 청구자가 사고의 외형이나 유형상 피보험자가 예견하거나 기대하지 않은 과실로 사고의 발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하면 일단 사고의 우연성에 관한 입증을 다했다고 보는 입장이 보험계약법의 공공성·사회성에 부합하고 법리상으로도 옳은 견해인 것 같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