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아파트 13층 베란다 난간에 몇 초간 매달려 있다 추락 사망 했다면 상해사망 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부부싸움 중 기분이 상한 남편이 아파트 13층1) 베란다 난간에 몇 초간 매달려 있다 추락해 사망했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 전문변호사)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과 법률 조언을 덧붙입니다. 보험법 자문(의견서)이나 보험소송 의뢰를 원하는 분들 또는 법률상담을 원하는 분들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서류 등 자료 전부를 지참하고 방문 상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중앙지법 제8-3 민사부(재판장 김정민 부장판사)는 유 모 씨2)의 유족이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현대해상의 항소를 기각하고 상해사망 보험금으로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한 1심의 원고 전부승소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3)

유 씨는 2019년 8월 서울 양천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이에 유족이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서 균형을 잃고 밖으로 고꾸라지면서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상해사망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지만, 현대해상은 '상해의 우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거나 '고의에 의한 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재판부는 「유 씨가 부부싸움으로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베란다로 갔고, 바로 난간에 매달려 있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데, 순간적인 화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바로 뛰어내리는 방법을 택하지 난간에 매달렸다가 뛰어내리는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살하려는 사람이라면 난간에 매달리기보다는 그대로 추락하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고 사고 장소의 특징으로 볼 때 이런 방법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므로 유 씨가 베란다 난간에 매달렸다는 사실은 추락 원인이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유 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바람을 쐬는 등의 여러 이유로 난간을 잡은 채 베란다 난간 밖으로 몸을 기울였다가 실수로 균형을 잃고 고꾸라지면서 난간에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고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1심은 '자살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등의 강한 생존 의지를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 약관상 면책조항 본문에 규정된 '고의에 의한 자살'은 원칙적으로 우발성(우연성+급격성)이 결여돼 보험사고인 상해사망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면책조항 단서에서 정하는 요건, 즉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입니다.4)

상해보험에서 보험사고는 그 요건으로 우발성(우발적인 사고)과 외래성(외래의 사고)을 충족해야 합니다. '우발적인 사고'란 피보험자가 예측할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로서 고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예견치 않았는데 우발적으로 발생하고 통상적인 과정으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외래의 사고'란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같은 사고의 우발성과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습니다.5) 


이 사안은 추락사한 경우이므로 외래성은 별로 문제될 것이 없고, '우연성'이 있었는지가 주로 문제되는데, 외형적으로 추락으로 볼 수 있는 유형의 사례에서는 사고 현장 상황상 어느 누구든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 인정된다면 우연성을 갖춘 것으로 보는 것이 판례의 주류적 견해입니다. 이 판결도 그런 주류적인 판례 중의 하나입니다. 


판례 중에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한 건설회사의 설비부장이었던 피보험자가 공사 현장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지붕의 처마(지상으로부터 약 9.1 미터 높이)에 걸터앉아 있다가 실족해 사망한 경우를 자살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이 있고, 사고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 0.094%의 술에 취한 상태였던 피보험자(만 37세의 여성)가 주거지인 아파트 11층의 베란다 창문을 열고 아파트 외벽을 타고 9층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까지 내려갔다가 남편과 대화를 하던 중 에어컨 실외기에서 1층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한 경우는 실족 등 과실에 의해 추락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남편에 대한 원망 등으로 스스로 뛰어내려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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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6월  24일

1) 실제는 13층의 아래층입니다.
2)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3)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4)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
5)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685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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