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스노클링 도중 익수 사망...부검 안 했어도 사고 개연성 있으면 상해사망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스노클링 도중 의식을 잃고 발견됐다 숨진 환자에 대해 직접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사망 원인을 명백히 밝혔다면 보험사는 부검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환자에 대해 진료를 행하지 않은 의사가 시체검안서에 사망 원인을 미상이나 불상으로 기재했음에도 유족들의 반대에 따라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주목됩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스노클링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수면 위에 떠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사망한 채 모 씨에 대한 상해사망보험금 청구가 부당하다며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채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습니다.1)

재판부는 「채 씨에 대해 응급 치료를 담당한 의사가 진료 기록부에 사망 원인을 '익사'라고 기재하고, 사망 진단서에도 직접 사인을 '익사',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라고 기재했고, 사고 현장에 출동해 채 씨에 대해 응급조치를 시행한 119 구급 대원 또한 구급 기록 일지에 환자 발생 유형을 '질병 외'의 '익수 사고'를 원인으로 한 것으로 기재했다」며 「의사나 구급 대원의 이 같은 평가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나 구호 경험에 기초한 것이므로 그 판단 근거가 되는 자료가 현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쉽게 배척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채 씨는 돌연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성 심근경색,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없을 뿐 아니라 허혈성 심장 질환의 위험 인자인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도 없었고 사고 당시 음주를 한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채 씨의 아버지가 수사 기관에서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채 씨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망 원인이 명백히 밝혀지지 못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이는 유족들이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이전에 채 씨에 대해 직접 응급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채 씨의 사망 원인을 '외인사'로서 '익사'라고 판단했음에 기인한 것」이라며 「따라서 담당 의사의 진단을 믿고 부검에 반대한 유족들에게 그로 인한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습니다. 

부검 (autopsy)

그러면서 「이 사고는 채 씨의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전형적인 익수 사고로서 채 씨의 신체적 결함과는 무관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사고라고 봐야 한다」며 「그럼에도 채 씨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상해보험에서 보험사고의 외래성 및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해상은 채 씨와 2008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사이에 걸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상해를 입고 그 직접 결과로써 사고일로부터 2년 내에 사망하면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 3개를 체결했습니다.

채 씨가 2015년 8월 삼척시에 있는 한 어촌 체험장 해상에서 스노클링을 하다 숨지자 현대해상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에 이른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채 씨의 부모는 물에 빠져 익사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1억4천여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고, 그러자 현대해상이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1, 2심은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하는데 채 씨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보험 대상자)의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둘러싼 다툼이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 피보험자의 유족이 보험회사 등 상대방에게 사망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먼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 중의 하나라 할 것인데,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었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우리나라에서 유족들이 죽은 자에 대한 예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부검을 꺼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그렇다고 해서 사망 원인을 밝히려는 증명 책임을 다하지 못한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으므로,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긴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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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은 부검을 거부함으로 인한 불이익을 증명 책임을 부담하는 유족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한 기존의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12258 판결의 취지를 그 근거로 들며 현대해상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오해한 것입니다. 대법원 2010다12241, 12258 판결은 환자에 대한 진료를 행하지 않은 의사가 시체 검안서에 사망의 원인을 '미상'으로, 사망의 종류를 '기타 및 불상'으로 각 기재했음에도 유족들의 거부로 부검이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었던 반면, 이번 사건은 환자에 대해 직접 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진료 기록부와 사망 진단서를 통해 사망의 원인과 종류까지 명백히 밝힌 사안이므로 앞서 적시한 대법원 2010다12241, 12258 판결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는 보험 약관에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망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경우 유족과 보험사의 입장이 다를 수 있으며, 다양한 해석과 판단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상해 원인이 반드시 의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외래 사고로서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면 상해사고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 사례입니다. 

사망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사망보험금 부지급 대상이 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사망 전'의 환자에 대해 응급 치료를 담당한 의사가 밝힌 소견이나 구호 경험이 있는 구급 대원의 기록 등을 통해 외래의 사고에 해당함을 증명하게 된다면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주목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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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2월 13일

1)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20다204827, 2020다204834 판결.
2)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다12241, 2010다122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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