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업무 스트레스 우울증 및 불면증 겪다 사망…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라도 보험 대상자가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면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다만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관련 소송의 판결 확정일이 아닌 보험사고 발생일부터 진행되기 때문에 사망일부터 2년이 지났다면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전하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 우울증과 불면증을 겪다 사망한 경우 일률적으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 판결은 면책의 예외를 인정한 케이스이므로, 우울증이나 불면증이 있던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심 모 씨2)의 유족이 푸르덴셜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1)

부산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심 씨는 2009년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다가 그해 11월 거주 중인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심 씨는 생전에 1999년 3월과 2007년 3월 보험수익자를 배우자(아내=유족)로 정해 푸르덴셜생명과 재해사망 특약이 포함된 2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다만 특약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유족은 2009년 12월 남편 심 씨가 사망하자 푸르덴셜생명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푸르덴셜생명은 일반사망보험금은 지급했지만,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연금공단도 2010년 "과로와 스트레스로 심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결국 지난 2015년 7월 법원으로부터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아 최종 승소했습니다. 이에 유족은 지난 2015년 8월 푸르덴셜생명에 재해사망 보험금 1억5000만원의 지급을 청구했지만, 푸르덴셜생명은 "특약에 따라 심 씨의 사망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고인 데다 심 씨의 사망일부터 2년이 지났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권이 소멸시효도 완성됐다"고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강력 반발한 유족은 2016년 6월 푸르덴셜생명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1, 2심은 "심 씨는 사망 당시 중증의 우울 장애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며 "심 씨의 사망은 우발적 사고로서 보험 약관상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나 '고의적 자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않아 유족이 과실 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다"며 "따라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푸르덴셜생명은 유족에게 1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소멸시효 완성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이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뜻은 법률상의 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라며 「권리의 존부나 권리 행사의 가능성을 알지 못했거나, 알지 못함에 과실이 없다고 해도 이 같은 사유는 법률상 장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족의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는 심 씨가 사망한 2009년 11월부터 진행한다」며 「2011년 공무원연금공단의 유족보상금 지급 거부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한 유족이 푸르덴셜생명을 상대로는 소송을 내지 않았는데, 유족이 보험금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법률상 장애 사유나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심 씨의 사망이 재해사망으로 인정되기는 했지만, 결론에 있어서는 매우 아쉬운 케이스입니다. 보험전문 변호사가 의뢰인의 사건을 맡을 때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보험금 또는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입니다. 보험전문 변호사는 아니더라도 변호사라면 당연히 확인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점검 사항입니다.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심 씨가 사망할 당시인 2009년에는 2년이었고, 2015년 3월 12일 이후에 체결된 보험계약과 2015년 3월 12일 이후에 보험사고가 발생해 청구권이 발생한 경우는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됩니다.

유족이 2010년 4월 '심 씨가 공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렸고 이로 인해 죽음을 감행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할 때 보험전문 변호사의 조언을 들었거나 도움을 받았다면 청구권 소멸시효 완성으로 1억5000만원을 잃는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재해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느라 개고생을 한 결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어도 사망보험금 상당의 최종 이득은 보험사가 가져가는 말도 안되는 형국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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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2월 10일

1)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18다209713 판결.
2)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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