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우울증과 불면 증세 등의 심화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라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고 해설을 덧붙여 드립니다.
※ 이 판결은 자살을 재해로 인정한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이므로, 우울증이나 불면 증세가 있는 사람이 사망했다고 해서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유념해주세요.
서울동부지법의 인정 사실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0년 8월 이 씨와 사이에 이 씨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주보험으로 사망보험금 1억 원, 특약으로 재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보험 약관은 피보험자의 '고의적 자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로 규정하고 있고, 보험금 지급의 면책 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들면서도,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고통을 겪다 2019년 7일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습니다. 이후 유족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삼성생명은 주보험계약에 따른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했지만, 재해사망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 씨의 유족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이 씨가 장기간의 수면장애 및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만큼,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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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판사는 「이 씨가 2015년 8월 독일의 시계 회사에 취업해 독일에서 근무했으나 근무 시간이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과도한 업무량, 외국인에 대한 차별, 직장 동료와의 불화 등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살며 2016년 7월부터 불면증 등의 증세에 시달리다 회사를 퇴직하고 귀국했던 점, 귀국 후 여러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우울증, 불면증 및 자살 충동 등의 증상이 악화된 점, 당시 이 씨를 진료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의사는 이 씨가 퇴원할 당시 중증의 우울 에피소드, 공황 장애, 비기질성 불면증, 악몽, 양극성 정신 장애 등이 있다고 진단한 점, 이 씨의 진료 기록에 의하면 2018년 10월부터 이 씨의 불면 증상은 악화돼 불면 외에도 비현실감, 과민성 등의 증상을 보였으며 2019년경 이인감(해리 증상)에 대한 호소가 증가했던 점, 만성적인 우울증은 갑작스런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을 경우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을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으며 이 씨는 그로 인해 강한 충동성을 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적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사망 당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종전에 발생했던 우울증이 불면 증세 등으로 더욱 심화되며 정신병적 증상으로 발현됨으로써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 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인정된다」며 「삼성생명은 보험금 지급 의무가 면책되지 않으므로 보험수익자인 유족에게 재해사망보험금 5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생명보험사의 재해사망 특약에는 재해분류표를 두고 있는데, 거기에는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를 '1.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S00~Y84]에 해당하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2.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감염병(제1급 감염병)'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해분류표는 또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재해'에 '고의적 자해(X64~X84)'를 규정하고 있고, 보험금 지급 의무의 면책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들면서도, 다만 피보험자가 심신 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특약에 의하면, 피보험자의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사의 면책사유에 해당하지만, 자살이 정신질환이나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경우는 면책의 예외 사유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그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3)
3)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9다302718 판결,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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