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병력 고지의무 위반, 해지권 행사 기간 안에 보험사의 해지 통지 없으면 보험금 줘야

미숙아 치료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에 드는 사람이 과거 치료 병력을 밝히지 않았다고 다짜고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창원지법 진주지원 민사합의1부(재판장 박무영 부장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1)

김 씨는 지난 2013년 3월 미숙아 상태로 출생한 자녀를 피보험자로 지정해 케이비손해보험의 질병보험에 가입했는데, 당시 자녀가 미숙아로 태어나 입원 치료 등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김 씨의 자녀는 2017년 보행 이동의 장애로 병원에 입원해 보툴리늄 독소 주사를 맞고 집중 재활 치료를 받은 후 '보행·이동의 이상, 신생아의 호흡 곤란 증후군, 강직성 양측 마비성 뇌성 마비'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에 김 씨가 2019년 6월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케이비손해보험은 2019년 11월 김 씨가 자사를 기망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진주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은 2020년 1월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기재된 금융분쟁조정신청에 대한 회신서를 받기도 했습니다.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 약관은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을 경우 그들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3년이 지났을 때 보험사는 그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계약 해지 의사는 2020년 1월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2020년 2월에서야 김 씨에게 통지가 이뤄졌습니다.

이에 김 씨는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케이비손해보험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한 달 또는 보험 가입일부터 3년 및 5년을 넘어 해지를 통보했으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고,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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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 씨는 상법 및 약관이 정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계약 해지 의사표시가 기재된 2020년 1월 31일자 소장 부본이 2020년 2월 25일자로 김 씨에게 송달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이 보험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험계약 체결일은 2013년 3월이고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계약에 대한 해지의 의사표시는 소장에 의해 2020년 1월 31일에서야 이뤄져 2020년 2월 25일 김 씨에게 통지됐으므로, 결국 케이비손해보험의 해지 통지는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3년이 되는 2016년 3월을 도과했음이 역수상 명백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케이비손해보험은 적어도 금융분쟁조정신청에 대한 회신서를 수령한 2020년 1월에는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 케이비손해보험의 보험계약에 대한 해지 통지는 케이비손해보험이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이 되는 2020년 2월을 지나 이뤄졌으므로, 김 씨 측의 해지권 행사에 대한 제척기간 도과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김 씨가 2014년 6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케이비손해보험에게 수차례 보험금 지급 청구를 했고 케이비손해보험 역시 진주경찰서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김 씨가 2013년 12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케이비손해보험에게 수차례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고 자인하고 있는 사실 등을 종합해보면 김 씨가 케이비손해보험의 해지권 행사 제척기간이 도과했다고 주장하는 것을 정의관념에 비춰 용인하기 어렵다거나 신의칙에 반한 권리남용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들의 약관에는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라는 제목으로 '회사가 그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상 지났거나 또는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때부터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건강진단을 받은 피보험자의 경우에는 1년)이 지났을 때'는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약관 조항은 보험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사가 계약 체결일부터 3년 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상법 제651조의 규정에 부가해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때부터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이 지났을 때는 계약 체결일부터 3년 내이더라도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입니다.2)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만 해지권 행사 기간을 2년 내로 제한하고, 반대로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는 다시 원칙으로 돌아와 상법 제651조의 계약 체결일부터 3년 내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해지권의 행사기간 내지 존속기간을 '제척기간'이라고 부르는데, 해지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다면 보험사의 해지권은 소멸됩니다. 제척기간의 도과로 해지가 아예 불가능하게 되는데, 해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험계약 해지 의사표시가 서면으로 표현됐다는 사실만으로 만연히 '보험계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인정하고 보는 판시 방식은 다소간 부적절해 보입니다.

이번 판결은 상법 제651조의 기간이 적용되는 사안인데, 고지의무 위반 시 보험계약 해지권 행사 기간의 기산점으로서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있음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믿은 때가 아니라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KB손해보험이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 날'을 KB손해보험이 김 씨의 사기를 이유로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한 시점보다 늦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이 기재된 금융분쟁조정신청에 대한 회신서를 수령한 날로 판단했습니다. 

해지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했다고 판시한 이번 판결의 경우 어쨌든 결론에 있어서는 합당해 보이지만, 제척기간의 기산점은 '고지의무 위반에 따라 김 씨의 사기 보험계약 체결을 이유로 경찰서에 진정서를 제출한 때' 또는 그 이전으로 앞당겼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KB손해보험이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대해 단순 고지의무 위반을 넘어 동시에 보험 사기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해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할 정도였다면 고지의무 위반 사실에 관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에서 나아가 보험 사기까지 의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로피플닷컴(임용수 변호사)이 보험 가입자 측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승소했던 사건의 판결 중 "보험사가 손해사정회사의 손해사정 중간보고를 받은 때부터 1개월이 지난 시점에 해지 통지를 했다면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는 무효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를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 있는 포스팅 글인데, 이번 판결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단독](판결) 손해사정 중간보고 후 1개월 지나면 보험계약 해지권 소멸, 보험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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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1년 1월 23일

1)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0. 11. 24. 선고 2020가합10452 판결.
2)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9158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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