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암사망 보험에 가입한 암환자가 폐렴을 직접 원인으로 사망했더라도 사망과 암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보험회사는 암으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국내 최초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했을 경우'를 암으로 인한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로 규정한 취지는, 암 확진을 받은 사람이 우연히 암과 무관한 다른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를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에 그 본래적 의미가 있다」며 「따라서 그 규정은 '암이 유일하거나 주된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게 아니라, 암과 다른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경우 즉 암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서 씨는 전이성 뇌암으로 진단받은 후 연명치료만 받다 연명치료를 중단해 사망했고 서 씨와 같이 다발성 뇌출혈을 동반한 전이성 뇌암의 경우 대부분 악성으로써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았더라도 결국 사망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전이성 뇌암 및 이로 인한 의식 저하에 의해 촉발된 폐렴 등으로 사망에 이른 것이므로 서 씨의 사망과 전이성 뇌암 간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2019년 1월 혼수 상태에 빠진 뒤 전이성 뇌암과 흡인성 폐렴으로 진단받고 연명치료만 하던 서 씨는 그달 말에 연명치료를 중단해 사망했습니다. 서 씨의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폐렴, 중간선행사인은 뇌종양이었습니다.
이에 서 씨의 아내와 자녀는 '서 씨가 전이성 뇌암을 직접 원인으로 사망했다'며 '서 씨가 암을 직접 원인으로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는다'는 조건으로 암사망 담보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현대해상에 보험금을 요구했고, 현대해상은 '서 씨가 폐렴 등을 직접 원인으로 사망했으므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약관에 규정된 『암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서의 '직접적인 원인'의 의미에 대해 어떤 결과의 발생에 이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수의 사건이 경합하는 경우는 어떤 특정 사건만으로 그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예상하기 어렵다면 그 사건은 직접적인 원인의 범주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있으나, 이번 판결은 앞의 견해와는 다르게 '직접적인 원인'의 의미를 암이 피보험자의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경우로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고 암과 다른 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사망의 결과에 이른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험계약자 측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죽음을 증명하기 위한 증명서가 사망진단서인데, 이것은 병사(病死) 중에서 의사가 사람을 반드시 진료한 뒤에 그 사인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을 때만 발부되는 사망 증명서입니다.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의 원인을 '(가) 직접사인', '(나) 중간 선행사인', '(다) 선행사인(선행원사인)'으로 구분하면서 (나)와 (다)에는 (가)와의 직접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기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직접사인(direct cause of death)이란 죽음에 직접 이르게 한 질병 또는 손상을 말하며, 중간선행사인(intervening antecedent cause of death)이란 직접사인과 원인적 또는 병리학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시간적으로 앞서 야기된 질병, 합병증, 외인 등이 이에 속합니다. 따라서 이 사례의 경우처럼 사망진단서에 중간선행사인이 '뇌종양'이고 직접사인이 '폐렴'이라고 기재돼 있다면 서 씨의 뇌종양과 폐렴 간에는 직접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의사의 소견입니다.
1)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20. 11. 3. 선고 2019가단33841, 2019가단3731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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