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비록 척추의 골절이나 탈구가 발생하지 않아 보험약관 장해분류표상 '척추(등뼈)에 심한 운동장해' 항목에 직접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보험자의 후유장해 정도가 그 항목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보험사는 척추 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장해등급분류표상의 신체장해가 한정적이 아닌 예시적인 것으로 해석해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후유장해이더라도 장해등급분류표의 구분에 준해 후유장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전하고 해설합니다.
서 씨는 2018년 10월 집 앞에서 넘어지면서 목이 갑자기 확 꺾이는 바람에 경부 척수의 손상 및 척추의 경부 유합 상해를 입었습니다. 서 씨가 2009년 2월 케이비손해보험에 가입한 상해보험 약관 장해분류표에는 후유장해 보험금 지급 사유 중의 하나인 '척추(등뼈)의 심한 운동장해'가 '척추체(척추뼈 몸통)에 골절 또는 탈구로 4개 이상의 척추체(척추뼈 몸통)를 유합 또는 고정한 상태'임을 요건으로 하고 있고, 약관 본문에는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후유장해는 피보험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해 지급액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서 씨는 자신의 척추 장해가 척추의 심한 운동장해에 해당한다며 케이비손해보험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서 씨의 척추 장해가 '골절 또는 탈구가 아닌 신경 손상으로 인한 유합술을 받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장해분류표상 척추의 심한 운동장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척추 장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장해분류표 중 척추의 '심한 운동장해' |
김 판사는 「약관은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후유장해는 피보험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해 지급액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감정의는 서 씨의 척추 장해 정도가 '척추(등뼈)에 심한 운동장해를 남긴 때'의 지급율 40%이며, 비록 경추의 골절이나 탈구가 발생하지 않아 심한 운동장해 항목에 직접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척수의 손상으로 인해 4개 이상의 척추체를 유합 또는 고정한 상태로서 심한 운동장해 항목에 준하는 경우로 판단된다고 회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고 직후 진료한 신경외과 전문의도 서 씨의 후유장해가 4개 이상의 척추체의 유합 또는 고정한 상태인 '척추의 심한 운동장해를 남긴 때'에 해당한다고 진단했고, 서 씨는 사고 발생 이후 상·하지의 운동 부전마비 및 감각저하 등을 겪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서 씨에게 척추의 장해가 발생했고, 그 장해 정도는 장해분류표상 '척추(등뼈)에 심한 운동장해를 남긴 때'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며 「케이비손해보험은 서 씨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서 씨의 후유장해가 장해분류표에서 정하고 있는 척추의 심한 운동장해에 직접 해당하지 않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 서 씨의 보험금 청구를 배척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모든 보험사들의 현행 약관에는 '이 사건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후유장해는 피보험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하여 지급액을 결정합니다'라는 준용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준용 규정을 둔 취지에 비춰볼 때 장해분류표에 적시된 신체장해 항목들은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른 장해 중 일부를 예시적으로 열거한 것일 뿐 한정적 열거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2)
▶생명보험사의 경우 2010년 4월 이전의 약관에는 준용 규정이 없었으나, 2010년 4월 생명보험표준약관이 개정되면서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장해는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하여 지급액을 결정한다'는 준용 규정이 신설됐습니다. 2010년 4월 개정 약관의 준용 규정이 없었던 시기에 체결된 보험계약의 피보험자 측이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험약관의 장해등급분류표상의 신체장해를 한정적으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와 달리 이를 예시적인 것으로 보고 이와 유사한 신체장해가 발생한 경우도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한다면 보험사고의 발생율이 현저히 달라져 보험료율도 상당히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위와 같이 한정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적이 있습니다.3) 하지만 생명보험 약관에 준용 규정 내지 준용 조항이 신설됨에 따라 앞으로는 장해분류표상의 신체장해를 한정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판결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손해보험사의 경우는 1998년 7월 1일 대한손해보험협회에서 배포한 상해보험 후유장해 산정기준뿐 아니라 그 이전의 약관 및 최근의 약관에서도 '장해분류표에 해당하지 않는 후유장해는 피보험자의 직업, 연령, 신분 또는 성별 등에 관계없이 신체의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분류표의 구분에 준하여 지급액을 결정한다'는 준용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이 준용 규정을 적용한 사례가 더 있습니다. 폐 흡입 화상으로 폐기능이 상실된 경우였는데, 장해분류표상 흉·복부장기 장해 판정 기준에서는 폐(lung, 肺)에 대해서 폐의 장기 이식을 한 경우나 한쪽 폐를 전부 잘라낸 경우, 폐질환 또는 폐 부분 절제술 등으로 기능 저하가 있는 경우 위주로 규정하고 있지만, 법원은 화재 사고로 흡입 화상을 입고 약 70%의 폐 기능이 상실된 경우도 장해분류표의 등급 구분에 준해 폐기능의 장해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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