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일회성 전문등반은 면책 약관상 직업 또는 직무,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다


글 : 임용수 변호사


2018년 히말라야 아일랜드 피크 정상을 등반하고 하산하던 중 고산병이 발병해 사망한 등반대원의 유족에게 보험사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전문등반을 하던 중이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고 당시 현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아일랜드 피크의 일부 경로만 동행한 것에 불과해 보험계약의 면책 약관에 적힌 '직업이나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박준용 부장판사)는 롯데손해보험이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라"며 숨진 한 모 씨1)의 부인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롯데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같이 판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2)

한 씨는 2018년 4월 인천에서 네팔로 출국해 약 10일간 현지에서 고도 적응 훈련, 장비 사용, 등반 훈련을 받은 후 아일랜드 피크의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12시간만에 해발 6,189m 아일랜드 피크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아일랜드 피크를 등반하고 하산을 시작한지 4시간 후 해발 약 5,700m 지점에서 고산병이 발병해 쓰러져 사망했습니다. 한 씨의 부인이 롯데손해보험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롯데손해보험은 보험계약 면책사유 중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하는 동안에 생긴 사고'에 해당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소송을 냈습니다. 

한 씨는 2016년 11월 롯데손해보험과 피보험자를 한 씨, 피보험자 사망 시 수익자를 상속인, 보험기간을 2016년 11월부터 2026년 11월까지로 정하고 피보험자 한 씨가 상해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 4억50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보험계약에는 "롯데손해보험은 다른 약정이 없으면 피보험자가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전문적인 등산 용구를 사용해 암벽 또는 빙벽을 오르내리거나 특수한 기술, 경험, 사전 훈련을 필요로 하는 등반을 말합니다), 글라이더 조종, 스카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행글라이딩, 수상보트, 패러글라이딩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는 해당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면책사유(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가 들어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한 씨가 사고 당시 해발 5,700m 내지 6,189m의 고지대에서 이중 운동화, 크램폰, 아이스엑스 등 전문적인 등산 용구를 사용하면서 트레킹을 하고 있었고, 본격적인 등반에 앞서 10일간 고도 적응, 장비 사용 훈련을 받은 점 등에 비춰 보면, 한 씨는 사고 당시 전문등반을 하던 중이었던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편 보험사의 면책사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전문등반이 피보험자의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이뤄질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한 씨는 크레인 설치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체의 대표이고, 사고 이전에 2017년경 네팔에서 트레킹을 한차례 했을 뿐이며, 사고 당시 현지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일부 경로만 동행한 것에 불과하고, 한 씨가 직업 또는 직무로 전문등반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면책사유로 규정한 ‘동호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계속적·반복적인 활동이 예상되는 모임을 의미한다고 봐야 하므로, 히말라야 고산 등반을 위해 일회성으로 모여 구성된 것에 불과한 경우는 '동호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면책약관 조항을 근거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롯데손해보험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롯데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앞서 1심 법원도 "한 씨가 사망 사고 당시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롯데손해보험은 보험계약에 따라 유족에게 상해사망 보험사고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하고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전문 산악인의 등산 용구인 로프, 아이젠(크램폰), 아이스 엑스(아이스바일), 고글, 방한복, 등산화(빙벽화 등) 등을 사용했고, 평소 훈련을 통해 등반 기술을 충분히 습득했다면 그런 등반은 전문등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심인 울산지방법원은 한 씨의 전문등반에 대해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여부만을 판단했지만, 2심은 한 씨가 '직업 또는 직무'로 전문등반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판단을 했습니다. 

직업, 직무 또는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하는 전문등반 중에 생긴 손해를 보상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면책약관을 만든 보험사의 의사는, 직업이나 직무로써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전문등반의 경우에는 위험의 정도가 크게 높아지므로 이를 책임 영역에서 배제하려는 것이고, 취미 활동으로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전문등반 중에 생긴 손해도 보험의 대상에서 제외하되 어떤 경우를 그렇게 볼 수 있는지 명확하지 못한 관계로,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동호회 가입이라는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해당하면 실제 전문등반을 몇 번 했는지를 불문하고 보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3)

직업은 생계 유지를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계속 종사하는 일을 뜻하고, 직무는 직업상의 임무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직업 또는 직무로 전문등반을 한다'는 것은 생계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일정한 기간 계속해서 전문등반을 하거나 직업상 맡게 된 임무를 위해 전문등반을 하는 것인데, 크레인 설치를 주목적으로 하는 업체의 대표이고 사고 이전에 네팔에서 한차례 트레킹을 했다는 점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한 씨가 직업 또는 직무로 전문등반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판결 중에는 피보험자가 등산 장비 판매업을 하고 있었던 사실이 인정됐더라도 그렇다고 피보험자가 직업 또는 직무로 등반했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동호회'는 같은 취미 내지 기호를 가진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그 취미 활동을 함께 즐기기 위해 만든 모임을 말합니다. 동호회의 본질은 취미 활동을 함께 한다는 목적과 실제로 그 취미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므로, '동호회 활동 목적으로 전문등반을 한다'는 것은 전문등반을 함께 하는 것이 목적인 동호회에 가입하고, 실제로 그 활동의 일환으로 다른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전문등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면책약관 조항에서 '직업, 직무'와 함께 '동호회 활동 목적'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는 이유는 직업 또는 직무처럼 동호회의 활동 또한 일정한 기간 계속해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므로, 단지 일회성으로 히말라야 고산 등반을 한 것만으로는 동호회 활동 목적의 전문등반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도 동호회의 일반적인 의미, 면책약관이 사고 발생 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이 직업 또는 직무 중에 행해진 경우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동호회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동호회'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으로서, 직업·직무 활동에 준해 계속적·반복적인 활동이 예상되는 모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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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10월 24일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확정된 판결입니다.
3) 동지: 서울고등법원 2013. 10. 17. 선고 2012나44732, 2012나45858 판결.
4) 동지: 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다48706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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