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허위‧과다 입원에 의한 '신뢰관계 파괴' 들어 보험계약 해지 및 부당이득 반환 소송 제기했으나 보험사 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엠지손해보험이 보험 가입자의 허위·과다 입원에 의한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기존에 지급했던 보험금을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방 모 씨는 지난 2008년 3월 일반상해임시생활비와 질병입원비 등을 담보하는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이후 2008년 6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다수의 질병으로 총 687일을 입원하면서 엠지손해보험으로부터 5400여만 원의 보험금(일반상해임시생활비, 질병입원비 등)을 받았습니다.

엠지손해보험은 2017년 돌연 방 씨의 허위‧과다 입원으로 신뢰관계가 파괴돼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며 340여만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엠지손해보험 측은 "방 씨가 입원 치료를 받은 기간 중 169일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결과 58일간 입원의 필요성이 없거나 통원 치료가 가능한데도 입원 치료를 받았다"며 "이런 허위‧과다 입원으로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돼 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2020년 5월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의 송달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그 확인을 구하며, 방 씨의 불필요한 입원 치료로 자사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342만 원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엠지손해보험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상훈 부장판사)는 엠지손해보험이 방 씨 등을 상대로 낸 보험에 관한 소송에서 「방 씨가 입원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보험금, 특히 입원일당이 지급되는 일반상해임시생활비, 질병입원비 등을 받기 위해 허위 또는 과다 입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하고 방 씨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1)

진찰한 의사의 허위 또는 과다 입원 용인

재판부는 「입원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의 건강상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우며, 입원 치료에 따른 진료, 약물 처치 및 경과 관찰은 전문가인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실시하는 것으로,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기 어려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함이 타당하다」며 「방 씨의 입원 치료도 의사들이 직접 면담, 진찰한 후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결정한 것으로 보이고, 그 과정에서 방 씨가 의사들에게 허위의 증상을 호소해 진단을 받았다거나 방 씨를 진찰한 의사들이 허위 또는 과다 입원을 용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특히 과거의 진료기록이나 통계적 임상자료 등을 토대로 입원의 필요성을 사후적으로 판단할 때는 그 정확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 결과들도 방 씨의 일부 입원 치료 내역에 관해 진료기록만을 토대로 일정 기간 내외의 입원으로 충분했을 것이라거나 통원 치료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정도의 판단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런 회신결과만을 근거로 당시 담당의사의 문진이나 임상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방 씨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상태를 진단한 후 방 씨의 구체적인 상황까지 고려해 입원 치료를 결정한 것에 대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방 씨가 입원 치료의 사유 및 병명 등에 관한 의료기관의 입퇴원확인서 등을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엠지손해보험 측이 보험금을 감액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절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방 씨가 입원 치료를 받은 병원들 중 허위 또는 과다 입원으로 적발된 병원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방 씨의 허위 또는 과다 입원을 전제로 한 엠지손해보험의 보험계약 해지 확인 청구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엠지손해보험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런 유형의 사례에서는 입원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치료를 담당한 의사 즉 주치의의 진단이 있는 경우, 그 진단이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주치의의 진단을 쉽게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법리2)가 고려돼야 합니다.

통원 치료가 가능한 모든 경우 입원 치료를 해서는 안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통원 치료가 가능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의사로서는 환자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건강 상태나 용이하게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 그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입원 치료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허위 또는 과다 입원으로 단정하고 보험금을 부정 취득한 것으로 인정하거나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면, 자칫 보험사의 계약 해지권이 보험계약자 측의 보험금 청구권을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남용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보험사에게 제한 없이 또는 넓게 이 해지권을 인정하게 된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사로서는 계속 이 권리를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로 제시하거나 소송상 행사하며 빈번하게 악용할 개연성이 큽니다. 어떻게 보면 계속적 계약에 있어 약정해지권이나 법정해지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험금 지급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 권리를 행사하려는 욕구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장기간 입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입원 관련 보험금이 많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느슨한 사고 조사와 보험금 지급 심사를 거쳐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고 나중에 기한의 제한 없이 (적정 입원 기간을 조금 넘는) 과다 또는 허위 입원에 대한 신뢰관계 파괴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 의무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돼 있는데 이 권리 행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단기간에 완치되지 않은 질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보험 가입자들은 계약 해지의 표적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하는데 보험계약이 언제든지 해지당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처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너무 너무 가혹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게 됩니다. 이 해지권이 보험사에게 인정돼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2020년 10월 17일 첨언합니다. 댓글을 살펴보니 이 케이스메모 중 해설 부분을 보험계약자 측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편중된 글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보험사의 해지권 행사에 일정한 '제약' 내지 '절제'가 필요함을 강조한 글입니다. 

보험계약자 측의 보험 사기를 막는 법적 제도나 법리는 많습니다. 상법 제644조 규정상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 질서 위반(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의 다수 보험계약 체결),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미필, 면책기간(부담보기간), 사기에 의한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계약의 취소, 보험 사기(= 고의 사고 야기 후 보험금 청구)나 현행 보험 약관상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고의로 보험금 지급 사유를 발생시킨 경우’와 같은 중대사유로 인한 해지 사유 등을 이유로 한 보험 계약의 무효나 취소, 고의 면책, 고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와 같은 기존의 상법 및 계약(약관)상의 제도적 장치 등에 의한 다각적인 대비책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상법 등에 근거한 법정해지권이나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에 계약 시 정한 약정해지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 해지권이 한약방의 감초처럼 제약 없이 공격 무기로 활용돼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글입니다3)

단순히 평균적인 입원 기간을 넘는 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신뢰관계가 파괴됐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한 해지권이 발생한다는 해석을 한다면, 이는 면책사유와 관련된 엄격해석 또는 축소해석의 원칙에도 반한다고 풀이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질병이 발병하거나 불의의 상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생존을 위해 고비용 치료를 받을 경우를 대비하고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적절하고도 유효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생길 수 있는 사망 등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데 있습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통원 치료만 필요하더라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거나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 또는 기타 사유로 조금 더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보험료까지 계속 지출하며 보험을 유지 중인 경우에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무엇인가 더 혜택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일부 입원 기간에 대해 통원 치료가 적절하고 입원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사후적인 진료기록 감정 결과를 토대로 보험계약 존속의 기초가 되는 보험계약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돼 더 이상 보험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은 계약자에게 너무 불리한 해석인 것 같습니다.

일정한 기준에 의한 지급 심사를 거쳐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관여된 경우와 같이 적어도 계약의 일방이 법인인 경우 계속적 계약관계에 있어서 신뢰관계의 파괴 여부를 상대방의 계약상 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다는 단편적 사정만을 기초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장래를 향해서도 계약상의 의무 위반 행위가 계속될 뚜렷한 정황이 있고, 그에 따라 예상되는 손해가 크며, 그 손해를 방지할 수단이 없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당사자 일방에게 신의칙에 기한 해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 판결은 이 해지권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므로, 보험사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거나 보험자가 이런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험계약에 따른 신의성실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해지권이 보험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또 구체적 사안에서 해지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반환받는 것을 넘어서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은 자칫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사가 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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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10월 10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10월 29일

1) 이 판결에 대해 엠지손해보험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2)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2다95820 판결 등 참조.
3) 1차 수정 : 2020년 10월 17일 (첨언 추가)
4) 2차 수정 :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301678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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