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운전 차종 및 용도 고지의무 위반했어도 설명의무 다하지 않았다면 보험금 줘야


글 : 임용수 변호사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 및 용도에 따라 보험계약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보험사는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전해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2부(재판장 신한미 부장판사)는 화물 차량 사고로 사망한 김 모 씨1)의 유족이 흥국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흥국화재는 유족에게 1억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2)

김 씨는 2015년 자신을 피보험자로 흥국화재가 판매하는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했습니다. 이 보험 상품 약관에는 피보험자인 김 씨가 보험기간 중에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한 경우 1억4000만 원을 사망보험금 수익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일반상해사망' 담보와 피보험자가 상해로 뇌·내장 손상을 입고 사고일부터 180일 이내에 약관에서 정한 수술을 받은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2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뇌내장상해수술비' 담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김 씨는 보험계약 당시 1톤 포터 화물 차량을 운전하고 있었지만, 사실과 다르게 승용차를 운전한다고 체크했습니다. 그러다 2016년 11월 김 씨는 화물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출혈의 중상해를 입고 이에 대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습니다. 유족은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흥국화재는 '김 씨가 화물 차량을 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용차를 운전한다고 알렸다'며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보험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보험계약 당시 보험모집인이 김 씨가 화물 차량을 운전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운전하는 차종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지고 보험료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김 씨가 '자가용 승용차'와 '자가용 화물차'의 구분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가입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흥국화재는 "보험계약 당시 승용차인지 화물차인지 차종을 구분하는 질문은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설명할 의무가 없다"며 "보험설계사가 김 씨에게 차종이 무엇인지 직접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맞섰습니다.

뇌출혈의 중상해를 입은 트럭 운전사

재판부는 「보험사가 약관 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으므로,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에 규정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를 인용했습니다.  

이어 「앞서 본 법리에 비춰 보면 설령 김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흥국화재나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차량의 종류 및 용도'에 따라 보험계약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흥국화재가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 보험계약의 경우 화물차를 운전하는 경우와 승용차를 운전하는 경우에 있어 그 운행의 위험성 정도를 고려해 직업 급수, 보험 요율, 증권별 가입 한도 및 보험료를 구별해 책정하고 있으므로, 김 씨가 차종의 구분에 따라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보험료 등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고 특히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실까지도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으로서 이를 충분히 알았다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흥국화재 또는 보험모집인이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김 씨에게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에 따라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 등과 같은 보험계약의 주된 내용이 달라질 수 있음에 관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상, 설령 김 씨가 운전하는 차량의 종류에 대해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흥국화재는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보험계약에서 정한 일반상해사망 보험금 1억4000만 원과 뇌·내장상해수술비 2000만 원의 합계금인 1억6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앞서 1심은 "김 씨의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이상 흥국화재의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고, 승용 차량 및 화물 차량 등 차종의 구분은 운전자로서는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사항이므로 보험 모집인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흥국화재의 보험 청약서상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관한 질문표 중에 현재 운전하고 있는 차종 및 용도를 묻는 질문에 대한 선택지에는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오토바이 등이 있고 자가용인지 영업용인지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질문표에 있는 기재 내용은 보험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이므로 상법 제651조의2에 의해 제651조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됩니다. 상해 위험 등급 분류상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는 상해 위험 등급이 2등급인 반면, 자가용 화물차 운전자는 자가용 승용차보다 상해 위험도가 높은 3등급입니다.

1심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승용차, 화물차 등 차종의 구분 자체는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므로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2018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도 '상법 제651조에 따라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어서 거래상 일반인들의 보험사의 개별적인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므로 이에 대해 보험사에게 설명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항소심(2심)은 차종의 구분에 따라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나 보험료 등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고 보험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며 1심과는 상반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보험 가입자(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차량의 종류와 용도에 대한 고지의무와 관련된 사항 내지 약관 조항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개인이 사용하는 차량의 경우도 그 용도가 두 가지로 나눠지고 이에 따라 보험료 등이 달라지므로 이를 보험사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등의 사항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당시 가입자에게 그런 사항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가입자가 이를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따라서 보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2심 법원 판단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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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10월 2일

1) 호칭의 편의상 사망한 피보험자에 대해 유족(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흥국화재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기각돼 2심 판결이 그대로 종결·확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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