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알코올의존증 치료 사실 알리지 않았어도 보험사기 이유로 보험계약 취소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 병원에서 약 1년 9개월간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받았던 내역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 해지권의 제척기간 2년도 지났다면, 보험사는 숨진 환자의 형제자매('유족들')에게 질병사망보험금 6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8단독 김경희 판사는 저혈성 쇼크로 숨진 손 모 씨의 유족들이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동부화재는 유족들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1)

손 씨는 2014년 10월 저혈성 쇼크로 숨졌습니다. 손 씨를 상속한 유족들은 동부화재에게 질병사망보험금 6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했지만, 동부화재는 보험계약 당시 손 씨가 병원에서 2008년 8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받은 내역을 고지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보험계약에 따르면 보장 개시일부터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을 경과한 경우 고지의무 위반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동부화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김 판사는 「보험계약의 보장 개시일인 2012년 6월부터 2년 이내에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가사 동부화재의 주장과 같이 보험계약 당시 손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약관에는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대리 진단, 약물 복용을 수단으로 진단 절차를 통과하거나 진단서 위·변조 또는 청약일 이전에 암 또는 에이즈 진단 확정을 받은 후 이를 숨기고 가입하는 등의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해 계약이 성립됐음을 회사가 증명하는 경우 보장 개시일로부터 5년 이내(사실을 안 날로부터는 1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손 씨의 뚜렷한 사기 의사에 의해 계약이 성립됐음을 회사가 증명했거나 이를 안 때로부터 1개월 이내에 이를 취소했음을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동부화재는 기망에 의한 계약체결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손 씨의 사망 원인인 저혈성 쇼크(저혈량성 쇼크, Hypovolemic Shock)란 많은 양의 출혈 등으로 인해 혈액이 모자라게 되고 그 결과 심장과 대뇌의 혈액 공급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쇼크를 말합니다. 

손 씨와 같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 자체만으로 저혈량성 쇼크를 유발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취중 부적절하거나 부주의한 행동으로 신체의 일부에 큰 상처가 생길 수 있고 많은 양의 출혈이 있을 경우 저혈량성 쇼크로 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 존부 문제).  


비근한 예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였던 피보험자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오른쪽 눈 위의 부분을 집안 가구 등의 뾰족한 모서리에 부딪쳐 오른쪽 이마에서 귀쪽으로 약 9cm에 걸쳐 3곳의 찔린 상처를 입고 다량의 피를 흘리다가 사망에 이른 사건에서, 보험 가입 전의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한 치료 및 투약 사실과 피보험자의 사망 간의 인과관계 유무에 대한 다툼이 있었습니다. 

판례는 알코올 의존증(치료 및 투약)은 보험계약 당시 반드시 알려야 할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는 데 거의 이견이 없지만, 알코올 의존증과 보험사고 발생 간의 인과관계 존부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각각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판례 중에는 직장에서 근무 중 사다리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생긴 우측 족관절 골절 등의 후유장해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인 알코올 의존증으로 인한 입원치료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반면, 고지의무 위반 사실인 알코올 의존증으로 2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과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한 사실 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한 판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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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1월 2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5일(재등록)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2. 22. 선고 2015가단504101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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