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장기간 입원 후 보험금 받았어도 보험사기로 단정 못해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여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수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 받았더라도 보험사가 보험 사기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보험 사기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대전지법 민사3부(재판장 송인혁 부장판사)는 신용협동조합중앙회('신협')가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계약 무효 확인 등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면 이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다수의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희생을 초래해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에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면서도 「다만 보험 가입자의 부정 취득 목적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회사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지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후 김 씨가 장기간 입원했다거나 다액의 보험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김 씨에게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김 씨는 신협을 비롯해 여러 보험회사에 여러 건의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매월 40만 원이 넘는 보험료를 납부하던 김 씨는 2004년 4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병원 18곳에서 35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총 2억3600여만 원의 입원 보험금 등을 지급받았습니다.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신협은 "김 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며 보험계약이 무효이니 그동안 지급받은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1심은 신협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환자의 입원 치료가 적정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 보험회사는 그 입원 기간에 대해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이미 보험금을 지급받은 상태에서 나중에 허위 또는 과다 입원 치료인 것이 밝혀진다면, 허위 또는 과다 입원 치료 기간에 상응하는 보험금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것이 되므로 부당이득 반환 대상이 됩니다. 

통상 입원은 단순히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인 담당 의사의 입원치료 필요성에 관한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이뤄집니다. 주치의 즉 치료 담당 의사가 환자(피보험자)의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환자의 입원 치료에 따른 진료 및 약물 처치, 경과 관찰은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기초하는 것이므로 그런 치료 담당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가 입원 보험금을 지급받을 목적으로 의사에게 허위의 증상을 호소해 진단을 받았다거나, 의사와 공모해 허위의 진단을 받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환자의 입원기간 동안 작성된 의무 기록을 사후적으로 평가해 입원의 필요성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어떤 환자의 입원기간이 해당 질병에 관한 통상의 입원기간보다 장기간이라 하더라도 입원의 필요성과 기간은 입원 당시 환자 개인의 구체적인 건강 상태 및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가령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 수, 입원기간에 관한 통계 수치를 기준으로 해서 그 평균 입원 일수보다 많이 입원했다고 해서 이를 과잉 치료라고 단정해서는 안됩니다.2)

특히, 입원 일수에 따라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보다 효과적이고 집중적인 치료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험금까지 지급되는 입원 치료를 선호했다고 해서 그런 사후적인 사정만으로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없다거나 불필요한 과잉 입원(허위 또는 과다 입원 치료)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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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1월 2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5일(재등록)

1) 대법원은 『사무처리 내역을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가 아니라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 관련 있는 어떠한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는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서 규정하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른바 보험사기 사건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수사기관의 의뢰에 따라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입원진료의 적정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내용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진료 적정성 여부 등 검토의뢰에 대한 회신'은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 적정성 심사자료의 증거능력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17.12.5. 선고 2017도12671 판결, 2018.4.12. 선고 2017도2084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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