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바뀐 주소 안 알렸어도 해지 통지 반송 안내장 없다면 보험료 연체돼도 보험계약 해지 인정 안돼


글 : 임용수 변호사


[편집자 주] 케이스메모(해설과 법률 조언) 부분은 최근에 수행했던 보험소송 사건의 서면 내용 중 부적절한 부분을 일부 편집해서 새롭게 구성한 내용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알면 상식이 쌓이고 유익한 보험이야기, 시작합니다. 


보험료를 연체한 보험계약자가 바뀐 주소를 보험사에 알리지 않았더라도 보험사가 반송된 안내장을 제출하지 못한다면 계약이 해지됨을 알렸다고 인정할 수는 없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 가입자(유족) 측을 위해 재판을 맡아 직접 소송대리를 했던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의 주요 내용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이영은 판사는 손목 부위 봉합 수술을 받던 중 사망한 김 모 씨의 아내 박 모 씨 등 유족 3명(소송대리인 임용수 변호사)이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보험계약 해지 통지, 반송 내역 없다면 도달 사실 인정 못해


박 씨는 2005년 6월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과 보험 대상자(피보험자)를 남편 김 씨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10년 가까이 분납 보험료를 매월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납입하던 중 2014년 8월 초에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박 씨는 그러나 변경된 주소를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에 알리지 않았고, 신용카드로 자동 납입되던 보험료도 2014년 8월 이후부터 신용카드 분실 및 카드 재발급 등의 사유로 끊긴 상태였습니다.

신용카드 자동이체를 통한 보험료 납입이 끊긴 사실을 모르고 8개월 가까이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던 상황에서 2015년 4월 남편 김 씨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쇠톱에 오른쪽 손목 부위를 베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김 씨는 손목 부위 봉합 수술을 받던 도중 수술에 관여한 마취과 전문의의 업무상 과실(리도카인 과다 투여 등)로 저산소성 뇌손상 등에 빠졌다가 사망했고, 유족은 '재해로 사망한 경우 1억 원을 지급한다'는 보험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쇠톱에 오른쪽 손목 부위를 베이는 사고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은 그러나 "약관에 따라 납입 최고 기간 안에 연체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으면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문자메시지 및 일반우편 등을 통해 안내했고, 이후 보험료가 납입되지 않아 보험계약이 해지됐다는 안내장을 등기우편으로 박 씨의 이전 주소로 보냈으나 폐문부재로 반송됐다"며 "보험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된 뒤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폐문부재로 반송된 보험료 납입 최고 및 해지 안내장을 보관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은 또한 "박 씨가 주소 변경을 알리지 않아 먼저 약관을 위반했고, 보험료를 8개월 가량 납입하지 않은 것은 박 씨에게 보험계약 유지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 씨는 사실상 의도적으로 보험계약이 해지되도록 방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 씨는 대리인 변호사 임용수를 통해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에게 2019년 10월 관련 형사 사건의 확정 판결문 등을 첨부해 사고와 관련한 재해사망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했고, 그 내용증명우편은 다음날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에게 도달했다」며 「이에 대해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은 2019년 11월 박 씨의 대리인 변호사 임용수에게 사고와 관련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판사는 '보험계약 해지 의사가 담긴 등기우편이 폐문부재로 반송됐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도달에 필요한 시일이 지난 때부터 15일이 되는 날의 다음날에 적법하게 해지됐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판사는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이 박 씨에게 보험료 납입 최고 및 보험계약 해지에 관한 안내장을 발송했는지 여부는 약관에 따른 보험료 연체를 원인으로 한 보험계약 해지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자 보험계약자 등의 보험금에 대한 권리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항」이라며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은 박 씨에게 안내장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했으나 반송됐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 반송된 안내장 등을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마취과 전문의의 의료과실

이어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은 박 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주장하나,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결국 박 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전화 통화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박 씨에게 문자메시지로 연체된 보험료의 납입 최고 및 보험계약 해지 예고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앞선 인정사실 및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이 박 씨에게 연체된 보험료의 납입을 최고하고 납입 최고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보험료 미납의 경우 납입 최고 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날부터 계약이 해지됨을 알린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과거 10년 전에 한때 카디프생명의 소송대리인으로 소송 수행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합의할 요량으로 이 판결에 나와 있는 것처럼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내용증명우편을 보내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귀사가 패소하면 귀사 측 변호사 비용과 패소 시의 소송비용도 물어줘야 하는 등 최소 2200만 원 이상의 추가적 비용(손실)이 더 들어간다"고 경고하며 소송 외에서 '원만히 합의로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외국계 보험회사라 그런지는 몰라도 단칼로 거절하고 국내 3대 로펌 안에 드는 대형 로펌을 선임하더군요. 카디프생명은 패소하게 되면 2200만 원의 손실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큰 손실도 감수하겠다는 태도였습니다. 고액의 착수금뿐 아니라 소송에 들어가기 이전에 법률 자문료만도 수백만 원을 부담했을 테니까요. 이 정도 내용이면 서로 승패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대개는 설득 당하는데 카디프생명의 대응은 의외였습니다. 얄짤없고 인간미(?)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한때는 우호 관계에 있었던 거래처였는데 말이죠.😀

별도의 보험료 납입 최고나 보험계약 해지의 의사표시가 없는 상태인 보험계약의 '실효'(분납 보험료 연체) 상태와 장래를 향해 보험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내용의 일방적 의사표시가 계약자에게 도달한 이후의 보험계약 '해지' 상태는 서로 구별됩니다. 대법원은 상법 제650조 제2항 소정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거나 보험계약이 실효됨을 규정하고 보험사의 지급 책임을 면하도록 규정한 보험약관은 상법 제66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2)

2달 연속 분납 보험료가 미납되면(납입 기일 다음날부터 납입 기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달 말일까지 계속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실효' 상태가 됩니다. 실효는 넓게 보면 해지까지도 포함되는 의미로 혼용되기도 하지만, 실효 상태가 됐다고 해서 곧바로 해지 상태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즉 보험료를 미납한 상태에서 보험사의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그냥 실효 상태로 계속 남아 있게 되지만, 그 후 보험사가 보험료 납입 최고 및 보험계약 해지 통지를 했음에도 보험계약자 측이 납입 최고(독촉) 기간 안에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납입 최고(독촉) 기간이 끝나는 날의 다음날에 계약이 해지됩니다. 보험계약이 해지된 경우 만약 해지 환급금이 있다면 그것을 반환하게 되지만, 실효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반환하지 못합니다. 실효 상태에 있는 보험계약에 해지 환급금이 있다면, 보험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해지되거나 보험계약자가 임의로 해지 신청(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 해지 포함)을 해야만 해지 환급금 반환이 이뤄질 수 있게 됩니다. 

어쨌든 보험계약자가 주소 변경이나 연락처(전화번호) 변경을 보험사에 통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사유만으로는 보험계약의 해지에 필요한 상법 제650조 제2항 및 약관 규정상의 "상당한 기간을 정한" 보험료 납입 최고 절차가 면제되는 것으로 볼 수 없습니다.3)

우편법 시행령 제42조 제3항은 '등기우편물은 수취인·동거인(동일 직장에서 근무하는 자를 포함) 또는 제43조 제1호4) 및 제5호5)의 규정에 의한 수령인으로부터 그 수령 사실의 확인을 받고 배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편물이 등기 취급의 방법으로 발송된 경우 그것이 도중에 유실됐거나 반송됐다는 등의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그 무렵 수취인에게 배달됐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6) 이번 사례는 '보험료 납입 최고 및 보험계약 해지에 관한 안내장'이라는 우편물을 등기 취급의 방법으로 발송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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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20년 9월 11일

1) 비엔피파리바카디프생명의 항소 포기로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2) 대법원 1995. 11. 16. 선고 9다5685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3)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8479 판결 등 참조.
4) 동일 건축물 또는 동일 구내의 수취인에게 배달할 우편물로서 그 건축물 또는 구내의 관리사무소, 접수처 또는 관리인에게 배달하는 경우
5) 수취인에게 동일 집배구(우편집배원이 우편물을 수집하고 배달하는 구역)에 거주하는 자를 대리 수령인으로 지정해 배달우편관서에 신고한 경우에는 그 대리 수령인에게 등기우편물을 배달하는 경우
6)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51758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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