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낙 전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한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 유무


글 : 임용수 변호사

[편집자 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존에 있었던 법률상담사례 중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알면 상식이 쌓이고 유익한 보험 이야기, 시작합니다.



질 문


승낙 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와 관련해 상법은 아래와 같이 '청약 거절의 사유가 없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③ 보험자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보험계약의 청약과 함께 보험료 상당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은 경우에 그 청약을 승낙하기 전에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생긴 때에는 그 청약을 거절할 사유가 없는 한 보험자는 보험계약상의 책임을 진다. 그러나 인보험계약의 피보험자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 그 검사를 받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상법 제638조의2 제3항]


그러나 아래 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생명보험 표준약관에 따르면, 승낙 전 사고에 있어 보험회사의 면책 범위가 좁게 해석될 수 있어 승낙 거절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② 회사가 청약과 함께 제1회 보험료를 받고 청약을 승낙하기 전에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였을 때에도 보장개시일부터 이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을 합니다.
【보장개시일】회사가 보장을 개시하는 날로서 계약이 성립되고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날을 말하나, 회사가 승낙하기 전이라도 청약과 함께 제1회 보험료를 받은 경우에는 제1회 보험료를 받은 날을 말합니다. 또한, 보장개시일을 계약일로 봅니다.
③ 회사는 제2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중 한 가지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보장을 하지 않습니다.
 1. 제13조(계약 전 알릴 의무)에 따라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회사에 알린 내용이나 건강진단 내용이 보험금 지급사유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회사가 증명한 경우
 2. 제14조(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를 준용하여 회사가 보장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
 3. 진단계약에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 다만, 진단계약에서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라도 재해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보장을 해드립니다.
[2018. 7. 10. 시행 표준약관 제23조 제2항, 제3항]


보험청약과 함께 제1회 보험료는 이미 납입했는데, 보험회사가 승낙하기 전에 보험사고(재해 및 수술, 장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답변


상법 제638조의2 제2항은 제1회 보험료를 납입한 승낙 전 '적격 피보험자'의 보험 보호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 규정은 제1회 보험료 납입과 피보험자의 부보 적격성을 전제로 적용되는 것이므로(이 규정에 의한 승낙 전 보험사고 담보의 요건으로는 '제1회 보험료의 납입이 있을 것'과 '청약을 거절할 사유가 없을 것'이 요구됩니다), 상법상으로는 피보험자가 부적격 피보험자인 경우 등 청약을 거절할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승낙 전 보험사고가 발생했더라도 보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편 표준약관 제23조 제2항, 제3항은 상법 규정처럼 '청약을 거절할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요건의 문구를 두지 않고 「회사가 청약과 함께 제1회 보험료를 받고 청약을 승낙하기 전에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을 때도 보장 개시일부터 이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을 합니다」라고만 규정하되, 예외적으로 ① 계약 전 알릴 의무에 따라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회사에 알린 내용이나 건강 진단 내용이 보험금 지급 사유의 발생에 영향을 미쳤음을 회사가 증명한 경우, ②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의 효과를 준용해 회사가 보장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경우, ③ 진단계약에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할 때까지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다만, 진단계약에서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라도 재해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보장함)에는 보장을 하지 않는다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승낙 전 보험사고에 대해 상법 규정보다 넓은 보험계약상 책임을 보험회사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이 약관 규정에 의하면, 보험회사가 승낙 전 보험사고에 대해 사고 보장을 하지 않으려면 '청약을 거절할 사유가 없을 것'뿐 아니라 '보험 가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까지도 입증해야 하므로, 보험 가입자에게 유리합니다.

이처럼 상법 규정상의 승낙 전 보험사고 담보의 요건과 표준약관상의 승낙 전 보험사고 보장의 요건은 상법 규정이 '주관적 요건(보험 가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계약 인수를 거절하거나 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의 부존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고지의무 위반의 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지의무에서의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회사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의 청약을 거절하거나 보험 가입 금액 한도 제한, 일부 보장 제외, 보험금 삭감, 보험료 할증과 같이 조건부로 인수하는 등 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을 말합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험 가입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표준약관 규정에 의할 때는, 설령 질문표 등으로 질문하지 않은 사항이라고 하더라도, 보험회사는 그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과 보험 가입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알리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는 사실을 주장·입증함으로써 보험계약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험 가입자가 보험회사의 내규상 기준을 위반했다는 등의 청약 거절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보험회사 내규상의 청약 거절 사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회사에게 곧바로 청약 거절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청약을 거절할 사유'란 보험계약의 청약이 이뤄진 바로 그 종류의 보험에 관해 해당 보험회사가 마련하고 있는 「객관적인 보험 인수 기준」에 의하면 인수할 수 없는 위험 상태 또는 사정이 있는 것으로서 통상 피보험자가 보험약관에서 정한 적격 피보험자가 아닌 경우를 말하지만, 이러한 청약을 거절할 사유의 존재에 대한 증명 책임은 보험회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1) 인수할 수 없는 위험 상태 또는 사정에 있는 피보험자(부적격 피보험자)에 대해서는 보험 청약서에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으로 열거해 두고, 보험 가입자에게 빠짐없이 알리도록 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미처 질문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인수할 수 없는 위험 상태의 피보험자에 해당함을 보험회사가 주장·입증해 면책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승낙 전 보험사고가 발생했지만 보험 청약서상의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이나 약관상 면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보험회사 내부의 청약 거절 사유만 있는 경우, 그 청약 거절 사유가 '객관적인 보험 인수 기준'이 정하고 있고 계약 인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사실과 보험 가입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실과 다르게 알렸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보험회사는 승낙 전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 보험금 지급 의무를 진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결과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청약 거절 사유가 해당 보험회사의 '객관적인 보험 인수 기준'에 의하면 인수할 수 없는 위험 상태 또는 사정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서 승낙을 거절할 수는 있다고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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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작성일 : 2010년 4월 16일
  • 1차 수정일 : 2019년 1월 18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9월 8일(재등록)

1)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40847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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