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남자친구와 말다툼 뒤 목맴에 의한 사망, 심신상실 등 의사 결정 불능 상태 아니라면 면책사유


글 : 임용수 변호사


피보험자가 베란다의 천정 가스 배관에 천을 묶고 목을 매 사망했다면 심신 상실 등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고의로 자신을 해쳤다는 증거 자료가 없는 경우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유족에게 보험계약에 기한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다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1부(재판장 문수생 부장판사)는 삼성화재가 숨진 딸의 어머니인 김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려 삼성화재의 손을 들어줬다.1)

김 씨의 딸은 2014년 7월 새벽 2시쯤 집에서 남자친구와 통화 도중 말다툼을 한 뒤 현관문을 잠그고 베란다의 천정 가스 배관에 천을 묶고 목을 매 숨졌다.

김 씨는 딸이 심한 우울증 등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사망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김 씨 딸의 사망은 약관에서 정한 고의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다음 김 씨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자살을 보험자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자살은 사망자가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끊어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행위를 의미하고, 피보험자가 심신 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보험자가 자살했다면 그것이 정신 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케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 사유에 해당하고, 여기서 말하는 정신 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었는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심리 상황, 그 정신 질환의 발병 시기, 그 진행 경과와 정도 및 자살에 즈음한 시점에서의 구체적인 상태,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자살자의 행태, 자살 행위의 시기 및 장소, 기타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김 씨의 딸이 일정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평소 가족들 및 남자친구 등 타인과의 대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사고일로부터 약 1년 전 우울증으로 인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존재할 뿐 사고 당시 또는 그에 근접한 기간에 우울증으로 인한 치료를 받았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 점, 자살 당시 술에 만취했다고 볼만한 별다른 정황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심신 상실 등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살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따라서 김씨 딸의 사망은 약관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인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것이므로 삼성화재의 보험금 지급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피보험자인 김 씨의 딸이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하고 격분한 나머지 목을 매 사망한 이번 사례와 같은 경우 사고 당시 피보험자가 비록 흥분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정도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고, 이런 판단은 사실심 법관의 자유판단 사항이다.

2019년 선고된 한 하급심에서도 보험사의 면책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던 피보험자가 원룸 건물의 옥상에 올라가 빨래줄을 이어놓는 쇠파이프에 목도리를 이용, 목을 매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사건인데, 법원은 피보험자의 나이, 평소 성격, 가정 환경, 자살 이전과 당일의 행적, 그로부터 짐작할 수 있는 심리 상태, 자살의 시기와 장소, 방법 등을 종합해 사고 당시 자살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심리적 우울 상태를 넘어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2)

반면, 2018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는 피보험자가 같은 목맴(縊死, 액사) 방식으로 사망한 사건인데도 '상해로 사망한 경우'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피보험자가 유서를 남기지 않은 채 자택에서 베란다 내 창고 철문과 그 옆에 있는 장롱 위에 쇠봉을 얹어 놓고 그 쇠봉에 넥타이를 묶어 목을 매고 매달린 상태로 발견된 사건에서, 해당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해 볼 때 급격히 악화된 우울증 및 불안 장애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생명을 끊겠다는 우발적인 결정을 내리고 목을 매어 스스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에서 정한 '상해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액사(목을 매어 죽음)의 방법에 의한 자살은 투신 자살과 같은 방법에 비해 자신의 행동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사망에 이르는 시간 동안 통제력이 필요하고 끈, 의자 등의 도구를 사용하는 등 자살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정신 착란이나 망상, 정신적 공황으로 인한 제어 불능 상태 또는 만취로 인한 심신 미약 내지 심신 상실이나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는 그 실행을 완성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목을 매는 자살 방법의 경우 판례는 대체로 행위자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고,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2018년에 선고된 이 판결은 그런 흔치 않은 사례에 속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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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5년 11월 26일
  • 최종 수정일 : 2023년 2월 28일(글 수정)

1)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5. 6. 19. 선고 2014가합7628 판결.
2) 2차 수정일 : 2019년 3월 4일 (글 추가), 2020년 9월 7일(재등록)
3) 1차 수정일 : 2019년 3월 2일 (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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