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상대 축구 선수와 충돌한 뒤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사망했다면 상해보험금 지급해라

상대팀 공격수와 충돌 후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사고

글 : 임용수 변호사


축구 경기 중 상대 팀 선수와 충돌한 뒤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사망했다면 선천성 심장 질환이 있었던 경우라도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으로 보이므로, 보험사는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전주지법 민사1부(재판장 김수일 부장판사)는 축구 동호회 모임에서 수비수로서 축구 경기를 하다가 상대 팀 공격수와 부딪혀 쓰러진 후 사망한 조 모 씨1)의 어머니(유족)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유족에게 보험금 3억5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2)

축구 동호회 활동을 하던 조 씨는 2016년 4월 익산시에 있는 한 축구장에서 다른 팀과의 축구 경기에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축구 경기 도중 수비수 역할을 하던 조 씨는 상대 팀 공격수와 부딪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조 씨는 바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나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조 씨에 대한 사망 진단서에는 사망 원인이 '상세 불명의 심정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감정서에는 '심장의 병변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조 씨의 부모가 2016년 6월 현대해상에게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현대해상은 '조 씨의 사망이 보험 약관에서 담보하는 상해로 인한 사망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조 씨의 유족은 현대해상을 상대로 3억5천만 원의 상해사망 보험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조 씨는 2016년 2월경 조 씨 자신이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하는 경우 기본계약 2억 원, 상해사망담보 1억 5천만 원을 보상해주는 현대해상의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1다27579)을 인용, 「상해보험에서 담보되는 상해란 외부로부터의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신체의 손상을 말하므로, 그 사고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의 외부로부터 작용하는 것을 말하고, 신체의 질병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한 것은 제외되며,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고 전제하고, 「한편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이므로, 그 인과관계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보험 약관에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해 사망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나, 문제된 사고와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조 씨는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었고, 경기 중 상대 팀 공격수와 부딪히는 사고 이외에는 심장 또는 뇌와 관련된 질병으로 진료를 받거나 심장과 관련된 별다른 증상 없이 생활해왔다」는 사실과 「사고 당시 후송됐던 대학병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는 '머리에 외상이나 뇌 CT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 하더라도 머리에 손상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고, 심장과 관련해 별다른 증상을 호소하지 않던 조 씨가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직후 전신 경련이 일어났음을 감안할 때 조 씨의 전신 경련은 머리의 충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사고로 뇌에 가해진 충격이나 이로 인해 생긴 전신 경련이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는 조 씨의 심장에 강한 부담으로 작용, 심정지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라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조 씨는 사망 원인에 관해 부검 감정서에는 '심장의 병변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로, 사망 진단서에는 '상세 불명의 심정지'로 기재돼 있고, 조 씨에 대한 뇌 CT 촬영에서 출혈이나 골절 등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었던 사실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조 씨가 이번 사고 이전까지 심장과 관련한 질병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었고, 축구 경기 당시에도 심장과 관련한 증상을 호소한 사실이 없었던 이상 선천성 심장 병변이라는 내부적 요인이 조 씨의 사망에 중대한 원인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조 씨의 사망은 넘어지면서 머리에 가해진 충격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이며, 이번 사고로 발생한 전신 경련으로 인해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재판부는 「결국 조 씨는 축구 경기에서 상대 팀 공격수와 충돌해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생긴 전신 경련으로 인해 심정지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이번 사고와 조 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현대해상은 유족에게 보험계약에 따른 상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보험금 3억5천만 원에 대해 현대해상의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유족에게 부검을 통해 밝혀진 사망 원인(COD, cause of death)보다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 타당할까요? 이 판결에 적시된 부검 감정서에는 【본시(本屍)의 사인(死因)을 설명함에 있어, 1. 심비대 소견을 보며, 대동맥 및 관상 동맥 내강의 직경이 정상에 비해 작은 형성 부전을 보고, 심관상 동맥의 심근내주행 소견을 보는 등, 심장의 병변이 인정되는 점, 2. 상기 1항에 우선해 사인으로 볼 만한 특기할 손상이나 질병 또는 이상 소견을 보지 못하는 점, 3. 본시의 혈액 및 위내용물에서 사망에 이를 만한 특기할 약독물 및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4. 사건 개요상, '변사자는 … 03:00경까지 …식당에서 일을 한 후, 익산으로 이동해 같은 날 새벽 05:27경 익산 도착, 06:20경부터 축구 시합을 했으며, 수비를 하던 중 상대방의 공을 빼앗기 위해 볼 다툼을 하다 넘어졌거나, 몸에 경련을 일으켜서 원광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으나 …사인 미상으로 사망해 부검으로 사인 규명할 필요성이 있다(전북익산경찰서장 발행 부검의뢰서 참조)"라는 기록을 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본시의 사인으로 외력에 의한 손상(경부 압박 질식 포함) 및 중독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상태에서 상기 1, 4항의 소견을 고려할 때, 본 건 변사자는 심장의 병변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가 발생한 후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앞서 본 바와 같은 부검 결과에 의할 때, 이 판결은 부검을 통해 밝혀진 사망 원인보다 피보험자(유족) 측에게 더 유리하게 사망 원인을 추정한 특이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국과수 부검의(剖檢醫, ME, Medical Examniners)는 조 씨의 심장 질환이 사망의 직접적이고 주된 원인(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소견을 밝힌 반면, 재판부는 조 씨의 뇌 부위에 출혈이나 골절 등의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조 씨의 머리에 가해진 충격을 사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인보험 중 특히 생명보험의 경우는 축구가 약관에 의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는 격렬한 운동에 해당하는지, 만약 격렬한 운동에 해당한다면 약관 설명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각각 쟁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소개한 판결은 손해보험사의 보험 상품에 관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판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판례 중에는 피보험자가 동료들과 축구 시합을 하던 중 넘어지는 사고 발생 후 좌측 무릎의 통증을 호소했고,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좌측 후방 십자인대 파열 및 반월상 연골 파열의 상해 진단을 받고 마침내 약관 장해분류표상 제6급에 해당하는 좌 슬관절 후방 동요의 장해 진단을 받아 상해보험금을 청구했던 사건에서, 해당 법원은 피보험자가 상해 진단을 받기 이전에 무릎 이상으로 병원을 찾거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던 사실은 인정되지만 축구 시합 중 넘어진 사고가 주요한 원인이 돼 상해 및 장해가 발생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피보험자가 축구 경기에 대표 선수로 출전해 20분간의 전반전을 마치고 휴식 등을 취하다가 1시간이 지난 뒤 급성 심근 경색으로 인한 심장 마비를 일으켜 쓰러져 사망했던 사건에서는, 축구 경기 도중에 피보험자에게 심근 경색을 일으킬 만한 어떤 사고가 일어났고 그런 사고로 인해 심근 경색이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인 입증이 없고, 오히려 축구 경기를 마치고 난 후 약 1시간 이상이 경과한 뒤에 쓰러진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축구 경기 도중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상해 내지 재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한 피보험자가 축구동호회 회원들과 축구 경기를 하던 중 쓰러져 의식을 잃은 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사망했던 사건에서, 피보험자가 축구 경기 중 사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축구 경기 중 헤딩 후 바닥에 떨어지는 과정에서 받은 충격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이로 인해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없고, 오히려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 고혈압 진단 및 투약 병력 등이 있었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거나 또는 이런 체질적 요인이 있는 상태에서 발병 증상이 악화된 경우로 봐야 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운동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선수가 다칠 수도 있으므로, 경기 규칙을 준수하면서 다른 선수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신의칙상 주의 의무인 안전 배려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축구는 신체적 접촉을 통해 승부를 이끌어내는 경기의 특성상 신체 접촉이 많고 부상의 위험이 내재된 운동이므로 부상 방지 차원에서라도 경기 규칙을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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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9년 2월 13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7일(재등록)

1) 호칭의 편의상 피보험자(망인)에 대해 원고의 성명을 사용합니다.
2) 전주지방법원 2018. 4. 18. 선고 2017가합414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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