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 파괴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및 확인 가능할까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와 사이의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소송을 냈으나, 패소한 사실이 최근 밝혀졌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단독] 소개하고 해설합니다.

조 모 씨와 엠지손해보험1)은 2011년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할 경우 입원비 등을 보장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조 씨는 첫 보험계약 체결일부터 4년이 지난 2015년 7월 무렵 21일간 병원에서 허리뼈 및 골반 염좌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을 비롯해 2017년 6월까지 '요추 염좌, 골반부 슬괵근(햄스트링) 파열, 대퇴 타박상, 손 및 어깨 염좌' 등으로 17회에 걸쳐 총 320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엠지손해보험으로부터 2200여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습니다. 

그 후 엠지손해보험은 "조 씨가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없는데도 허위 내지 과잉 입원을 반복함으로써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깨져 더 이상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며 보험계약이 해지됐음을 확인함2)과 더불어 그 동안 지급한 보험금 중 허위 내지 과잉 입원에 해당하는 일부 보험금(536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14부(재판장 이원중 부장판사)는 엠지손해보험이 조 씨를 상대로 낸 보험에 관한 소송에서 엠지손해보험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3)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 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서 2015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허리뼈 및 골반 염좌, 요추 염좌, 골반부 슬괵근 파열, 대퇴 타박상, 손 및 어깨 염좌' 등으로 17회에 걸쳐 총 320일간 입원 치료를 했고 엠지손해보험으로부터 2200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은 사실과 입원 치료가 불필요하다거나 일부 기간 동안의 입원 치료만이 적정해보인다는 감정 소견 등이 제시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런 사실만으로 입원 치료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허위 내지 과잉 입원을 반복함으로써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시켰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오히려 조 씨가 2015년 7월 무렵 보행 중 넘어지는 바람에 요추, 골반 부위에 상당한 충격을 받고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의 통증, 다리(허벅지, 종아리) 저림이나 당김 증상, 배변 장애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요추와 골반 부위의 상해가 완치되지 못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조 씨가 상당 기간 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 온 데는 요추 부분에 대한 수술적 치료를 피해 보고자 하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조 씨가 고의로 낙상 사고를 반복해 자신의 신체를 훼손했다거나 그런 사실이 없음에도 마치 있었던 것처럼 빙자해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반복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오히려 조 씨가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직접 병원 측에 1100여만 원을 치료비로 수납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조 씨로서는 통증의 완화를 위해 자신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상황에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가 간혹 동일한 질병으로 입원을 반복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재활 치료 혹은 보존적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앞서 본 인정 사실만으로는 허위 내지 과잉 입원을 반복하며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를 파괴시켰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엠지손해보험의 보험계약 해지 주장은 이유 없고, 이를 전제로 하는 부당이득 반환에 관한 주장 또한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계속적 계약은 계약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해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 관계가 파괴돼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는 상대방은 계약을 곧바로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4)

그러나 다른 계속적 계약들과는 달리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지함으로써 일거에 보험계약상의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분쟁 상황을 야기한 다음 '신뢰관계 파괴'를 내세워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입원의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의 건강 상태·상황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입원은 환자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인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이뤄지는 것이므로 그런 의사의 판단을 신뢰하기 어려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되도록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라서 환자의 입원 치료 내역에 관한 진료 기록을 토대로 사후적으로 적정한 기준 일수를 정한 다음 그 기준 일수보다 많이 입원했다고 해서 무조건 입원의 필요성이 없었다거나 허위 내위 과잉 입원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비교적 최근 들어 보험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계속적 계약에서의 당사자간의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한 보험계약 해지'라는 이런 유형의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습니다. 상법 제644조 규정상 보험사고의 객관적 확정의 효과,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의 다수 보험계약 체결),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피보험자의 서면 동의 미필, 면책 기간(부담보 기간), 사기에 의한 계약 체결, 보험 사기 등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무효나 취소, 고의 면책, 소멸시효 완성, 고지의무 위반 및 통지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한 계약 취소와 같은 기존의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했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를 위조 또는 변조한 경우'5)의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와 같이 약관 규정 등에 의한 다각적인 대비책만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험사들(특히 엠지손해보험)이 이런 유형의 소송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약관 규정보다 넓게 보험계약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킬 거리를 새롭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한 '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가 보험금 청구에 관한 서류에 고의로 사실과 다른 것을 기재했거나 그 서류 또는 증거 또는 변조한 경우'의 보험계약 해지는 고의로 허위의 보험금을 수령하는 행위와 같은 고의에 준하는 중대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한정해서 계속적 계약의 기초가 되는 당사자간의 신뢰관계가 파괴돼 그 계약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봐서 보험계약 해지를 허용하는 취지라 할 것인데, 약관에서 정하지 않은 사유를 중대 사유로 삼아 보험계약 해지 소송을 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새로운 판결례를 만들기 위한 보험사들의 이런 시도가 성공하게 된다면 보험사들은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됩니다. 반면에 장기 치료를 하거나 반복적인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들의 보험계약 해지의 표적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치료는 계속 받아야 하는데 보험계약이 언제든지 해지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되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약관에 의한 해지 사유는 상법 제663조의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유효합니다. 현행 보험사들의 약관에 규정된 해지 사유인 '중대 사유'는 고의 또는 고의에 준하는 사유로 보이는데, 이런 사유가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고의 면책)에 해당함에는 이견이 없지만, 나아가 이런 사유가 해지 사유로서 유효한지는 앞으로 검토해봐야 할 논제입니다. 

2020년 7월 선고된 판결 중에 관련 법리를 설시하고 있는 매우 유의미한 판결 하나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그 사건 역시 원고가 엠지손해보험이었는데, 보험 가입자의 입원 치료 기간 총 128일 중 53일 내지 62일이 입원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음에도 불필요하고 부당한 입원을 반복한 것이라며 보험계약자 측을 상대로 신뢰관계 파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그 확인을 구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던 사례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계속적 계약은 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으로서 당해 계약의 존속 중에 당사자 일방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기타 부당한 행위 등으로 인해 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돼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면 상대방은 그 계약관계를 해지함으로써 장래에 향해 그 효력을 소멸시킬 수 있기는 하다(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다48165 판결 등 참조)"면서도 "그러나 계속적 계약에 있어 약정해지권이나 법정해지권이 인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관계가 파괴됐다는 이유로 당사자 일방에게 신의칙에 기한 해지권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당사자 일방에게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부당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장래를 향해서도 일방에게 계약상 의무 이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뚜렷한 정황이 있고, 상대방에게 일방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손해를 방지할 수단이 없는 예외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여야 할 것"이고 "특히 계약의 일방 또는 쌍방이 법인인 경우 계약관계에 있어서 신뢰관계의 파괴 여부는 일방의 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상대방의 인간적, 감정적 차원의 배신감과 같은 주관적 요소로 판단할 수는 없고, 장래를 향해 그런 의무 위반행위가 계속될 가능성, 그에 따라 상대방에게 예상되는 피해 정도 및 그 피해를 방지할 수단의 유무 등 객관적인 사정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사 일부 입원 치료가 부당한 것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장래에 보험 가입자에게 정당한 보험금 청구를 기대하기 어렵다거나 보험 가입자의 부당한 보험금 청구가 있는 경우 보험사가 그로 인한 손해를 회피할 수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보험 가입자의 허위·과잉 입원을 전제로 한 보험사의 보험계약 해지 확인 청구 및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6)

대법원 판결은 이 해지권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정한 민법 제2조에 근거한 것으로서 보험계약 관계에 당연히 전제된 것이므로, 보험사에게 사전에 설명할 의무가 있다거나 보험자가 이런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상법 제663조나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관한 심사를 하는 단계에서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을 밝히지 못하고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보험계약에 따른 신의성실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해지권이 보험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고 또 구체적 사안에서 해지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가 부당한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기지급 보험금을 반환받는 것을 넘어서 보험계약 자체를 해지하는 것은 자칫 보험계약자 측에 과도한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 사안에서 보험사가 이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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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9년 2월 16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10월 29일

1) 엠지손해보험은 2013년 5월 3일 금융위원회의 계약이전 결정에 의해 그린손해보험으로부터 이 판결의 대상이 된 보험계약을 포함한 각종 보험계약을 인수했습니다.
2) 엠지손해보험은 소송을 낸 후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분의 송달로써 보험계약 해지 통보를 했습니다.
3) 확정된 판결입니다.
4) 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17826 판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1다59629 판결 등 참조.
5)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6)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7일(재등록 및 글 추가)
7) 2차 수정일 : 2020년 10월 29일,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301678 판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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