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용수 변호사
휠체어는 의료 보조 기구일 뿐 약관 교통재해분류표상의 '교통 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휠체어 탑승 중에 발생한 사고를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최근 휠체어 이용자들이 차도(車道)를 이용하다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재판부는 먼저 「휠체어는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앉은 채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바퀴를 단 의자'를 뜻하고, 도로교통법상으로도 '보행 보조용 의자차'로 규정해 '도로에서 운전되는 차'에서 제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로교통법과 보행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 등에서 보행자와 마찬가지로 보도 및 길 가장자리 구역으로 통행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휠체어는 보행자와 같이 취급되는 의료 보조 기구로서 도로 위의 통행을 위한 기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 약관의 교통재해분류표상 도로 위의 통행을 전제로 하지 않는 모노레일,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도 교통 기관으로 나열돼 있지만, 이 기구들은 현대 사회에서 대중이 광범위하게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들로서 이에 포함되지 않는 의료 보조 기구인 휠체어를 교통기관으로 봐야 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휠체어가 보험계약 교통재해분류표상의 '교통 기관과 유사한 기관'에 해당한다는 박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교통재해분류표는 교통 기관과 유사한 기관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일지라도 도로상에서 사람 또는 물건의 운반에 사용되고 있는 동안이나 도로상을 주행 중에 발생한 사고는 교통사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휠체어가 의료 보조 기구에 해당한다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교통 기관과 유사한 기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설령 휠체어를 교통 기관과 유사한 기관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 사고는 피보험자가 주차장 보행자 통로 난간의 철봉 사이로 머리를 내밀며 아래층을 내려다보다가 무게 중심을 잃고 4층으로 추락한 사고로서, 휠체어가 도로상에서 사람의 운반에 사용되고 있는 동안이나 도로상을 주행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고가 교통재해분류표상의 교통사고에 해당한다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박 씨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앞서 1심 판결도 휠체어는 선로 등을 따라 움직이는 대중 이동 수단이나 항공기, 선박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 보조 기구이므로 도로 위의 통행을 전제로 한 기구가 아닌 데다가 '교통 기관'의 사전적 의미가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옮기는 데 쓰는 자동차·선박·기차·항공기 따위의 동력 운수 기관과 도로·교량 따위의 시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통상 휠체어를 교통 기관으로 분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고령, 사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늘면서 전동 휠체어, 의료용 스쿠터 등 전동 보장구(保障具)2)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전동 보장구 중에 『체중이 100kg 이내의 사람이 탑승하고, 최대 속도 15km/h 이하』의 전동 휠체어 및 의료용 스쿠터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의료기기의 기준 규격에 적합하고, 보도를 통행할 수 있는 '보행 보조용 의자차'에 해당합니다.
최근 유행하는 전동 스쿠터, 전동 킥보드, 전동 휠 등 스마트 모빌리티는 대부분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됩니다. 반면 보행 보조용 의자차와 유모차는 현행 도로교통법과 보행 안전 및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약칭: 보행안전법)상 '보행자'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차도가 아닌 보도(인도)로 다녀야 합니다.
관련 법령
"보도"(步道)란 연석선, 안전표지나 그와 비슷한 인공구조물로 경계를 표시하여 보행자(유모차와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가 통행할 수 있도록 한 도로의 부분을 말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0호]가. "차"란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1) 자동차2) 건설기계3) 원동기장치자전거4) 자전거5) 사람 또는 가축의 힘이나 그 밖의 동력으로 도로에서 운전되는 것. 다만, 철길이나 가설된 선을 이용하여 운전되는 것, 유모차와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는 제외한다.[도로교통법 제2조 제17호 가목5)]도로교통법 제2조 제10호 및 제17호 가목5)에서 "행정안전부령이 정하는 보행보조용 의자차"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의료기기의 규격에 따른 수동휠체어, 전동휠체어 및 의료용 스쿠터의 기준에 적합한 것을 말한다.[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조]
그러나 전동 휠체어 이용자 가운데는 차도(車道)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심의 경우 인도가 좁거나 인도로 통행하는 데 지장을 주는 많은 행인과 적치 물건 등의 환경적인 장애 요소로 인해 휠체어를 타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차도로 내려와 느린 속도로 몰다가 사고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전동 휠체어 등 보행 보조용 의자차는 도로교통법과 보행안전법상 '보행자'에 해당하므로, 보행자의 통행을 위한 보행자길(보도, 길가장자리구역, 횡단보도, 보행자전용도로, 공원, 지하보도, 육교, 통학로, 탐방로, 산책로, 등산로 등)을 이용해야 하고, 차도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교통재해를 보장하는 이런 유형의 보험계약 약관에는 '교통재해'를 '주행 중의 교통 기관의 충돌, 접촉, 화재, 폭발, 도주 등으로 인해 그 운행 중의 교통 기관에 탑승하고 있지 않은 피보험자가 입은 불의의 사고' 등으로 규정하고 있고, '교통 기관'에 대해서는 '본래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것으로 기차, 전동차, 기동차, 모노레일, 케이블카(공중 케이블카 포함),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승강기(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상의 덤웨이터), 즉 화물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보험계약 약관이 정한 교통 기관이므로, 식당 창고 공간의 한쪽 구석에서 음식물 등을 운반하기 위해 1층과 지하1층을 오가는 높이 1,280㎝, 폭 1,020㎝의 음식 운반용 승강기의 작동으로 승강기에 허리 등이 깔려 허리뼈의 폐쇄성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된 사고는 운행 중인 교통 기관의 충돌로 인해 피보험자가 입은 불의의 사고로서 교통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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