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판결) 신체 자각 증상 고지하지 않았어도 보험금 지급해야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계약 당시의 신체 자각 증상을 알리지 않았다 해도 이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단독] 소식으로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케이비손해보험이 질병사망 시 보험금 2억 원 등을 지급키로 하는 건강보험계약에 가입한 뒤 폐결핵으로 사망한 피보험자의 아내 장 모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습니다.1)

보험 청약서에서 답변을 구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항에 관한 것인가는 결국 보험 청약서에 기재된 질문 내용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고, 그 해석은 그 질문 내용에 의해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부담하게 되는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의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 등을 고려해 평균적인 보험계약자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획일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2)

또한 보험계약에 있어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지의무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해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해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3)  

신체 자각 증상의 불고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케이비손해보험의 질문표에는 보험계약 전 피보험자의 신체 자각 증상을 비롯한 건강 상태에 관한 질문이 포함돼 있지 않고, 장 씨의 남편이 보험계약 당시 만 60세였음에도 건강 검진 결과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건강 상태에 관해 추가 질문을 하지 않고 있으며, 특별한 병력이 없던 장 씨의 남편이 지속적인 체중 감소와 근육 빠짐의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확정적인 질병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근육 및 체중 감소로 인한 전신 위약감은 질병 의심 소견에 해당하지 않는 본인의 주관적인 신체 자각 증상에 불과하므로 장 씨의 남편이 호소한 전신 위약감 등의 상태를 보험계약상 중요한 사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 씨의 남편이 보험계약 당시 질문표상에 자신의 몸무게를 70kg으로 기재한 것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보험계약상 중요한 사항인 신체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한 설령 고지의무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고혈압과 폐결핵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장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장 씨의 남편이 폐결핵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한 보험사고는 고지의무 위반의 내용인 고혈압과는 그 치료의 부위 및 증상이 전혀 다르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고혈압 치료 및 진단 사실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체중 감소 등 전신 위약감, 몸무게를 비롯한 신체 정보, 고혈압 진단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고, 그 중 고혈압 진단에 관한 고지의무를 위반해 보험계약이 해지됐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의 점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케이비손해보험은 상법 제655조 단서에 따라 보험수익자인 장 씨에 대해 해지 시점 이전에 발생한 보험사고로 인한 보험금 지급 채무를 여전히 부담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장 씨는 남편이 보험에 가입한 뒤 질병(직접 사인: 폐결핵)으로 사망하자 보험수익자로서 보험계약에 따른 질병사망 및 결핵 진단비 등의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보험 가입 전에 호흡 곤란, 전신 위약감, 체중 감소(몸무게 55kg), 고혈압 등 건강 이상 증세로 진단 및 치료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며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 해지 통보를 하고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송을 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판결은 '신체의 자각 증상' 부분 특히 중대한 질병의 자각 증상에 대한 불고지에 한정해서 논하자면 보험 가입자의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와 관련해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고지의무의 범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돼 앞으로 피보험자의 신체 자각 증상에 대한 불고지를 이유로 한 보험금 지급 거절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에 관한 전문적 지식·경험이 부족하고 보험계약 내용이나 요율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은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로서는, 누가 보더라도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위험 측정상 표준이 되는 중요 내용이 아닌 한 보험사가 제공하는 문답서에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보험사가 질문하지 않은 사항까지 세세하게 모두 고지할 의무는 없습니다.4)

신체 자각 증상과 관련해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했던 하급심 판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양안 망막 색소 변성증[retinitis pigmentosa]에 관한 것인데, 이 질환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질환의 자각 증상으로 야맹증, 진행성 시야 협착, 광시증, 색각 이상 등이 있으나, 그런 자각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개인마다 편차가 있고, 이미 '양안 망막 색소 변성증'으로 진행된 이후에야 처음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으므로, '양안 망막 색소 변성증'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 고지의무 위반(허위 고지)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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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9년 1월 2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6일(재등록)

1) 서울고등법원 2018. 12. 20. 선고 2018나2052816 판결. 
2)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다59688, 59695 판결. 
3)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4) 같은 취지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 8. 22. 선고 2017가합10335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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