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지적장애 불고지' 보험금 못받는다는 판결과 장애에 관한 고지의무 제도 폐지


글 : 임용수 변호사


지적장애 3급인 아들의 사망보험에 가입하면서 지적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수영 금지구역에서 조개를 줍다 갯고랑에 빠져 익사하는 보험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지적장애의 존재는 상법상 고지의무가 있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된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여러 종류의 장애 존재 여부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고지의무가 폐지된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서 주목됩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2016년 8월 사고 당시 18세였던 지적장애 3급인 노 모 씨의 아들(망인)은 부모와 함께 부산 사하구에 있는 다대포해수욕장 인근에서 조개를 캐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망인이 있던 곳은 해수천이 시작되는 곳으로 수심이 깊어 입수가 금지된 곳이었고, 주변에는 '수영 금지 구역', '위험' 등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오전 11시께 순찰을 돌던 해상 구조대는 망인이 위험 지역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퇴거 조치를 하면서 "이곳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망인은 순찰조가 떠난 후에도 아버지와 함께 다시 이곳에 들어가 조개를 채취했습니다. 

그러던 중 망인은 실수로 갯고랑에 빠지고 허우적대다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습니다. 결국 망인은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심폐 소생술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그날 저녁 숨졌습니다. 

망인의 어머니이자 보험계약자인 노 씨는 엠지손해보험에 망인의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엠지손해보험은 "망인이 보험에 가입할 때 지적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사고와 지적장애 여부는 관련성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1)

그러나 부산지법 민사4부(재판장 성금석 부장판사)는 엠지손해보험이 노 씨를 상대로 낸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노 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했습니다.2)


재판부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중요 사항의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보험사고의 발생이 보험계약자의 불고지·부실 고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증명된 때는 상법 제655조 단서에 의해 부실 고지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그런 인과관계가 부존재하다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 측에 있으므로, 인과관계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면 상법 규정의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지적장애 3급인 망인은 일반인에 비해 인지 능력 등이 떨어지는 상태인데, '수영 금지 구역'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위험성을 판단했다면 이런 장소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망인의 체격과 사고 당시 바다의 상태 및 주변 상황 등에 비춰, 망인의 지적장애와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망인의 정신장애 등 존재 여부는 보험계약의 중요 사항에 해당되므로 보험계약자인 어머니 노 씨의 고지의무 대상이 되고, 이를 불고지 한 것은 노 씨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며 「보험가입 내역 등에 의하면 노 씨도 이런 내용이 중요한 사항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서 노 씨 측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기간으로 종결됐습니다.3)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전까지는 보험 청약서의 계약전 알릴 의무 사항에 '[기능적 장애] 현재 눈, 코, 귀, 언어, 씹는 기능, 정신 또는 신경 기능의 장애 여부'와 '[신체적 장애] 현재 팔, 다리, 손(손가락 포함), 발(발가락 포함), 척추에 손실 또는 변형으로 인한 외관상 신체의 장애 여부'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판결에서 원고인 엠지손해보험의 청약서에도 기능적 장애 여부와 신체적 장애 여부 등 장애와 관련된 두 개 항목이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으로 포함돼 있었던 경우입니다.

하지만 2018년 10월 1일부터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 계약전 알릴 의무 중 장애 여부에 관한 고지의무가 폐지됐습니다. 장애를 이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등의 차별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다만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해 '계속 7일 이상 치료' 또는 '계속 30일 이상 투약' 등의 의료 행위를 받은 사실」이 있으면 보험 가입 시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보험사는 그것을 토대로 인수 심사를 합니다.

판례 중에는 사망보험 부분과 관련해서는 「지적장애 1급의 진단을 받은 피보험자」나 「지적장애 3급 및 언어장애 3급의 중복 합산 결과로 지적장애 2급 진단을 받은 피보험자」를 심신미약자 또는 심신상실자로 보고, 강행규정인 상법 제732조에 따라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피보험자가 15세 이상이라 하더라도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에 해당해 그 사망을 원인으로 한 보험금을 보험사에 청구할 수 없다고 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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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11월 9일
  • 1차 수정일 : 2020년 9월 3일(재등록)

1) 부산지방법원 2018. 3. 30. 선고 2017가단300400 판결.
2) 부산지방법원 2018. 10. 24. 선고 2018나46292 판결.
3)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8다283407, 2018다28341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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