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보험의 피보험자 중 D씨를 E씨로 변경 |
글 : 임용수 변호사
신청서 작성 명의인이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에 기재된 대로 피보험자가 변경됐다고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씨는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제조업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2012년 3월 삼성생명에 피보험자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D씨를 비롯한 직원들, 보험수익자를 이 씨로 각각 정하고 회사 소속 직원들의 재해사망 발생시 보험금 1억 원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보험에 가입했다.
그 후 2013년 6월 이 씨가 가입한 단체보험의 피보험자 중 D씨가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E씨로 변경됐다. D씨는 이 씨의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인 2014년 9월 우즈베키스탄에 가 있다가 2014년 9월 그곳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 씨는 "D씨가 이 씨의 회사에 재직 중인데도 삼성생명 소속 보험설계사의 잘못으로 D씨가 피보험자에서 빠진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를 사용했다"며 이로 인해 사망보험금 1억 원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삼성생명은 이 씨에게 보험업법 제102조에 제1항(현재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이 씨가 입은 손해인 보험금 1억 원 상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5조 제1항(구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보험회사는 그 임직원·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포함한다)이 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 제출 당시 D씨가 이 씨의 회사에 재직 중이었던 사실은 인정되나, 이 씨가 피보험자 변경 신청을 하면서 보험설계사에게 D씨가 퇴사한 것으로 잘못 알렸거나 D씨가 퇴사한 것으로 기재된 재직·퇴직 증명서나 피보험자 중 D씨를 E씨로 변경하는 것으로 기재된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거래 인감 등을 날인해 신청서를 작성하고 그 이후에도 피보험자 변경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잘못으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보험설계사가 D씨의 외국인 등록 번호를 잘못 기재하고 이 씨 명의의 재직·퇴직 증명서를 직접 작성한 행위 외에 이 씨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거나, 보험설계사가 D씨의 외국인 등록 번호를 잘못 기재하고 이 씨 명의의 재직·퇴직 증명서를 직접 작성했음으로 인해 이 씨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씨는 항소심에 이르러 "2013년 6월 피보험자를 변경할 때 이 씨와 삼성생명 사이에는 퇴사하는 근로자 명의의 보험계약을 새로 입사하는 근로자 명의의 보험계약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며 "비록 표시상으로는 D씨에 대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보일지라도 퇴사자에 대한 보험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봐야 하고 D씨에 대한 보험계약은 사망 당시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으므로 삼성생명은 이 씨에게 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재판부는 「처분문서인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에 기재된 대로 피보험자는 D씨에서 E씨로 변경됐다고 봐야 하고, 피보험자 변경 신청서의 기재와 달리 계약 당사자 사이에 피보험자를 퇴사자에서 E씨로 변경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이 씨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보험설계사의 행위로 인해 이 씨가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삼성생명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이 씨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사들의 표준약관을 보면, 보험계약자는 보험회사의 승낙을 얻어 ① 보험 종목, ② 보험기간, ③ 보험료의 납입 주기, 납입 방법 및 납입 기간, ④ 보험가입금액, ⑤ 보험계약자, ⑥ 기타 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있고, 보험회사는 승낙 사실을 서면으로 알려주거나 보험증권에 배서해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도 변경할 수 있는데, 이때는 보험회사의 승낙이 필요하지 않다. 다만 변경된 보험수익자가 보험회사에 권리를 대항하기 위해서는 계약자가 보험수익자의 변경 사실을 보험회사에 통지해야 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보험계약자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수 있지만, 피보험자의 변경은 모든 보험계약에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한 불확실한 사고를 보장하는 인보험(생명보험, 상해보험, 질병보험 등)에 있어서는 피보험자가 보험료 책정의 기준이고 피보험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위험 측정이 달라지므로, 보험사고의 발생 대상인 피보험자의 변경은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단체보험에서는 피보험자로 되는 단체 구성원의 변경(교체)이 예정된 보험이라는 특성이 있다. 단체보험에서 피보험자의 교체 시에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통지에 특별한 방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보험모집인도 단체보험의 피보험자 교체 통지를 수령할 권한이 있다. 따라서 보험모집인이 그 통지를 받음으로써 보험회사에 대해 통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그 후 보험회사가 이를 전달받았는지 여부는 내부 절차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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