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험 가입 후 2년 지나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하라"는 대법원 첫 판결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자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한 때도 재해사망 특약에 따라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전하고 해설합니다.

일반적인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주계약'과 '재해로 인한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특약'으로 이뤄진 보험에서 주계약과 특약에 각각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피보험자가 책임 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는 그렇지 않다'라는 면책 제한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 그런 약관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은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돼 특약이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책임 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 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를 밝힌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자살한 박 모 씨의 부모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1)

박 씨는 2004년 8월 교보생명의 '무배당 교보베스트플랜CI'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그 후 2012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박 씨가 가입한 보험 약관에는 사망 시 주계약상 보험금은 7000여만 원이고 재해사망에 해당하면 500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특약이 부가돼 있었습니다.

약관은 고의에 의한 자살은 재해사망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도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했을 때는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었습니다. 박 씨의 부모는 박 씨의 자살이 재해사망에 해당된다며 1억2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교보생명에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습니다.

선로에 누워있던 상태로 화물 열차에 역관된 사고

​재판부는 「엄연히 존재하는 특정 약관 조항에 대해 약관규제법에 의해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약관 해석에 의해 이를 적용 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도 그 조항이 적용 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임이 명백해야 하는데 이 특약은 그 같이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약관 조항은 고의에 의한 자살은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 해당하면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1심 법원은 고의의 자살의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의 자살의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이 문언의 구조, 문맥 및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 가능성에도 부합한다는 이유로 원고승소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재해 특약에 규정된 자살 면책 제한 조항은 재해 특약의 취지, 보험계약 체결에 있어 쌍방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약관의 제정 경위 등에 비춰 '잘못된 표시'에 해당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 대법원 판결은 보험 가입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자살을 재해사망 특약상의 재해사망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그동안 엇갈렸던 하급심 판결들을 정리한 첫 판결입니다.

​다만 이 판결은 예전의 생명보험 표준약관{2010년 1월 29일 개정돼 2010년 4월 1일부터 시행된 것} 이전에 존재했던 재해사망 특약 조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관한 사안이며, 해당 조항이 개선된 2010년 4월 이후에 판매된 보험 상품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018년 선고된 하급심 판결 중에는 피보험자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한 식당 앞에서 나와 그 앞 편도 3차로 도로 중 1차로 위에 누워있던 중 그곳을 지나가던 차량에 역과(轢過)된 결과 패혈증, 폐렴, 경수 신경 손상 등의 상해를 입고 사망했던 사건에서, 담당 재판부는 보험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피보험자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보험사가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자살이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라고 인정할 수 없어 교통재해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였습니다.

​2018년에 선고된 이 사례는 2015년에 가입한 보험 상품에 관한 것이므로, 계약의 보장 개시일 또는 부활(효력 회복) 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하더라도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 규정은 없었고 '피보험자가 심신 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규정만 있었던 경우인데, 심신 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사망이 아니라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라는 취지로 판시한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2)

​2010년 4월 이후의 약관에서는 계약의 보장 개시일 또는 부활(효력 회복) 청약일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 재해 이외의 원인에 해당하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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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6월 16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23일(재등록)

1) 대법원 2016. 5. 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2) 1차 수정일 : 2019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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