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비브리오 패혈증 감염 사망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해라"

'혈액 한천 평판배지' 상의 비브리오 콜레라균 군집

글 : 임용수 변호사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해수에 노출돼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이므로 보험사는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단독 차은경 판사는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숨진 이 모 씨의 유족들이 우체국보험(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우체국은 이미 지급한 280여만 원을 뺀 47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씨의 유족들은 지난 2014년 7월 이 씨가 전북 고창군에 있는 바닷가에서 조개잡이를 하다가 바닷물 속에 돌출돼 있던 철사에 오른쪽 종아리를 긁히는 상처를 입고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려 숨지자 재해사망 보험금 5000만 원의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우체국이 '비브리오 패혈증은 3군 전염병으로서 약관상 재해에서 제외돼 있다'며 이미 납입한 보험료 280여만 원만 돌려주고 보험금을 주지 않자, 유족들은 소송을 냈습니다. 

생명보험 약관에서 정한 재해분류표에 따르면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만,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해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됐을 때는 그 경미한 외부 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않음)로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질병 이환 및 사망의 외인에 의한 32개 항목의 사고를 말합니다. 이때의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차 판사는 판결문에서 「비브리오균은 조직 침투력이 강해 그것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높고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해수에 노출된 것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처 부위를 통해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된 것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이고, 이는 약관상 재해분류표에 기재된 항목 중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요인에 불의의 노출'에 해당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약관에서 전염병예방법(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제1군 전염병(감염병)만을 재해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같은 법에서 정한 제3군 전염병에 해당하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약관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약관 재해분류표에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를 '질병 이환 및 사망의 외인'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면서도 제1군 전염병을 재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제1군 전염병은 그 실질이 질병임에도 전염 속도가 매우 빨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위해 정도가 크고 예방 또는 관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준해 재해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이 씨가 단순 질병이 아닌 비브리오균에 오염된 해수에 노출돼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한 경우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비브리오 패혈증[vibrio vulnificus sepsis]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에 의해 발병하는데, 주로 이 균에 오염된 어폐류를 생식하거나 균에 오염된 해수 또는 갯벌 등에서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됐을 때 나타나고 만성 간질환 등 저항력이 약한 허약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급성 세균성 질환으로서 치사율이 매우 높습니다.

판례 중에는 식당에서 회를 먹었는데 다음날부터 몸에 감기몸살과 유사한 이상 증세가 생겼고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비브리오 패혈증이 직접사인이 돼 사망한 사건에서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것이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에 관한 현미경적 관찰

다른 사례로, 간경변증(간경화) 환자가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생선, 조개 등을 회로 먹고 엉덩이와 양다리에 발적이 생기는 등 이상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패혈증을 직접 사인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간경화 환자여서 패혈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는 점만 가지고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회를 섭취한 것을 단순히 경미한 외부 요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비브리오 패혈증에 걸린 것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이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같은 간경화 병력이 있는 피보험자가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병어회를 먹고 양쪽 무릎 관절의 통증 등 이상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비브리오 패혈증이 중간 선행 사인이 돼 사망한 사건에서 비브리오균에 감염된 생선회를 먹고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 즉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도 있습니다.

반면, 게장을 먹고 비브리오균에 의한 패혈증 및 간장 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에서는 약관상 재해 사고에서 제외되는 비브리오균의 중독에 의한 사고로 본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보험계약 당시 '비브리오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한 경우도 재해사망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보험설계사의 설명에 따라 불의의 사고에 해당된다고 판시했습니다.1)

또, 익히지 않은 꽃게를 먹고 비브리오균에 감염돼 사망한 경우, '약관에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한 1군 감염병에 대해서만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비브리오균은 3군 감염병으로 분류되고 있으므로 재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이 있습니다.2) 만성 질환(당뇨와 간질환)이 있는 환자가 익히지 않은 꽃게를 먹고 비브리오균에 감염돼 사망한 사고는 경미한 외부 요인에 불과하다는 취지였습니다. 


비브리오균은 아니지만, 횟집에서 아나고회를 먹고 에로모나스 하이드로필라 균에 감염돼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피보험자의 사망 원인이 재해분류표 분류 항목 중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요인에 불의의 노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보험자가 발병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짧은 것은 패혈증 또는 패혈성 쇼크의 본래적인 속성에 기인한 것일 뿐 이를 들어 재해에 해당하는 근거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3) 

동일한 보험 법리가 적용되는 유사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판결들이 엇갈리는 이유는 판사의 지식이나 경험, 배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습니다. 어패류 등 해산물을 먹고 균에 감염돼 패혈증으로 숨지는 이런 유형의 사건에 있어서는 상해보험이나 재해 특약에 관한 보험법리를 익히면 판결의 당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보험법리를 알고 싶은 분들은 임용수 변호사의 저서인 『보험법』에서 해당 부분(생명보험, 상해보험)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험법 제3판에 포스팅돼 있습니다. 힌트(Hint)요? 의식주 중에서 중간의 '식'에 관한 민생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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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27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9일(재등록)

1) 대법원 1992. 10. 13. 선고 92다23827 판결.
2) 우체국보험분쟁조정위원회 조정결정(2014. 8. 27., 조정번호 제2014-32호).
3) 울산지방법원 2009. 12. 8. 선고 2008가단444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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