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고지 수령 권한 없는 보험설계사에게 한 구두 고지는 고지의무 이행으로서의 효력 없다

보험 가입 권유

글 : 임용수 변호사


보험 가입 시 과거 병력 등 중요한 사항은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해야만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보험설계사는 고지의무를 수령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보험설계사에게 교통사고 사실 등을 알렸더라도, 고지의무 이행으로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국회 및 금융권에서 보험설계사에게도 고지의무 수령권을 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가운데 나온 판결이라서 더욱 관심이 가는 내용입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 사법연수원 28기)가 판결 소식을 알려 드리고 해설을 덧붙입니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6단독 송동진 판사는 임 모 씨가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임 씨는 고혈압, 급성 간염, 요추부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제일성심의료재단 제이에스병원 등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총 입원 일수는 820일, 16대 질병 관련 입원 일수는 644일이며, 그 중에서 각 입원 기간 중 3일을 초과한 일수의 합계는 596일이었습니다. 

임 씨는 한화손해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중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받고 그 결과 입원,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방사선, 건강진단증)를 받았거나 계속 7일 이상 치료 또는 30일 이상 투약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임 씨는 보험에 가입하기 2년 전부터 94일간 "항강증, 어혈 견비통, 어혈 요통, 담음 견비통 등"으로 여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고, 2일간 한 정형외과에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엑스레이 검사 결과 "경추간판 탈출증 의증"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었습니다. 

구두 고지

임 씨는 보험 가입일부터 2년 10개월이 지난 뒤 한화손해보험에게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이에 한화손해보험은 ()국제사정에 손해사정을 의뢰했고, 그 결과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손해사정 보고서를 받았습니다. 그 후 한화손해보험은 임 씨에게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상법 및 보험 약관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그 내용증명은 임 씨에게 도달했습니다.

송 판사는 「보험모집인이 임 씨로부터 교통사고 사실 등을 들었음에도 임 씨의 입원 등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사실과 다르게 표기할 만한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우므로, 보험모집인은 임 씨의 진술에 따라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입원 등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표기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따라서 임 씨는 보험계약 당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았거나 부실 고지를 했다」며 「한화손해보험이 임 씨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상법 제651조에 따라 보험계약을 해지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한화손해보험은 상법 제655조에 따라 임 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임 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모집인에게 임 씨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실을 고지했고, 보험모집인이 작성한 보험청약서에 첨부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의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청약서에 서명을 했을 뿐이므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설령 임 씨가 보험모집인에게 교통사고 사실 등을 고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고지수령 권한이 없는 보험모집인에게 한 고지는 고지의무 이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회사가 아닌 보험설계사에게 병력 등에 관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을 말하면 고지의무를 다했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는 독자적으로 보험회사를 대리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권한이나 계약전 알릴의무(고지의무) 또는 계약후 알릴의무(통지의무)를 수령할 권한이 없습니다. 

​따라서 보험설계사에게 병력이나 교통사고 발생 사실 등의 중요 사항을 말로만 알린 것은 고지의무 이행으로서의 법적 효력이 없으며, 반드시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청약서나 건강 확인서상의 질문에 서면으로 답(기재)하거나 보험회사 직원과의 음성 통화(녹음)로 답해야 합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험 가입자 보호를 위해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입법과 관련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논의와 관련해 보험회사와 위촉계약을 맺은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인정해서 보험회사에 고지한 것과 똑같은 효력을 주게 되면, 결국 보상 능력이 없는 보험설계사의 사업상 책임을 보험회사에 전가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의무 수령권을 주는 것은 '의무 없는 권리'를 주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보험회사도 영업 이익만을 얻고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손실 위험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보험 가입자 보호를 위해 제도와 장치가 마련돼야 하며, 특히 금융감독원과 같은 감독기관의 선도적인 역할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최근에 선고된 판결 중에는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9회에 걸쳐 알코올성 간경화 및 복수증으로 입원을 반복했고 보험계약 당시에도 같은 병명으로 입원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보험에 가입한 후 4개월여만에 식도 정맥류 출혈, 간경화 등을 원인으로 사망했던 사건에서, 단체보험 가입 과정에서 보험자 편의적 질문표(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 작성과 보험설계사의 업무 처리 미숙 등을 이유로 보험계약자 측의 고지의무 위반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담당 판사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9회에 걸쳐 알코올성 간경화 및 복수증으로 입원을 반복했던 사실이 고지의무의 대상인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단체보험을 체결할 당시 9명의 피보험자에 대한 보험청약서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의 작성이 한 번에 이뤄진 점,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의 작성을 보험설계사가 작성했다는 진술이 나온 점, 보험계약이 하루만에 체결됐으므로 9명의 피보험자들로부터 과거 병력 등에 관한 것들을 고지받아 작성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며 이런 사정을 보험설계사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부정했습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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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13일
  • 최종 수정일 : 2020년 8월 5일(재등록)

1)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5. 8. 19. 선고 2014가단50137 판결.
2) 1차 수정일 : 2019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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