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해부학적 사망원인 불명 폐비닐하우스 안 부패 변사체, 상해보험금 지급 안된다


글 : 임용수 변호사


못 쓰게 된 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늘을 보고 반듯이 누운 채 사망한 사체에 대해 부검을 했어도 사체의 부패로 인해 해부학적으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게 됐다면, 보험사는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줄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 내용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광주지법 민사9단독 조현호 판사는 김 모 씨의 유족이 "사망보험금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케이비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1)

김 씨는 2014년 6월 오전 8시경 폐비닐하우스 안에서 하늘을 보고 반듯이 누운 채 사망해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그 당시 김 씨의 유족은 김 씨가 상해로 사망할 경우 보험금 1억 원을 지급받는 내용의 상해보험에 가입한 상태였습니다.

김 씨의 유족은 케이비손해보험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비손해보험은 "김 씨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고 사망한 것이 아니고, 또 타인의 사망보험에서 피보험자인 김 씨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해 보험계약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보험회사들의 약관에는 보험사고의 요건으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외래의 사고'란 상해 또는 사망의 원인이 피보험자의 신체적 결함 즉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 등에 기인한 것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초래된 모든 것을 의미하고, 이런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폐비닐하우스

또한 상법과 보험회사들의 약관에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 보험계약 체결 시에 그 타인인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하고,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 보험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조 판사는 판결문에서 「평소 식사는 잘 하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셔 몸이 약해져서 사망한 것 같다는 김 씨 동생의 진술과 내인사로 추정된다는 검시관의 의견, 부패로 인해 해부학적으로 사인 불명이라는 부검의의 감정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김 씨가 상해의 직접 결과로써 사망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조 판사는 또 「설령 김 씨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일반상해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김 씨가 이 보험 가입 전에 이미 가출인 신고가 된 상태였으며, 김 씨의 필적이 기재돼 있는 인감증명 발급 대장과 이 보험 청약서에 기재된 김 씨 명의의 필적이 육안상으로 상이하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김 씨가 보험계약 당시 서면에 의한 동의를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결국 이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상해보험이나 생명보험의 재해 특약의 경우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가 발생해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의 외래성 및 상해 또는 사망이라는 결과와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증명책임이 있습니다. 

증명을 필요로 하는 사실의 증명이 어려울 때 그 불이익은 증명책임이 있는 보험금 청구자에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이 사안과 같이 '부패로 인한 사인 불명'이라는 부검 결론이 나오게 되면, 사고의 외래성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자연의 힘에 노출 등과 같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2)가 아니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상해사망보험금이나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됩니다. 

예컨대, 주거지 화장실 안에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엎드린 채 변사해 부패한 상태로 발견된 경우, 실종된 후 5개월 만에 사인 불명의 백골화된 사체로 발견된 경우 등이 이 같은 사례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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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5월 12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6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예컨대, 판례 중에는 사망 당시의 정황 자체는 목격자의 부재 등으로 인해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추정한 사유 이외의 다른 추정이 가능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사망 전후의 정황, 유골 발견 당시의 현장 모습, 생활 습관이나 태도, 활동 내용 등을 입증해 그 사고가 우연한 사고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정도를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그 증명책임을 다했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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