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삼성화재, 인위적 핸들 꺾음이 고의 사고 증거라며 버티다 거액 보험금 소송 패소


글 : 임용수 변호사


상해보험금으로는 고액인 약 10억 원 정도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이 1심에 불복하는 항소를 내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삼성화재는 교통사고로 숨진 운전자의 인위적인 핸들 방향 조작이 있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며 버티다 패소했고 결국 1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게 됐습니다.  임용수 변호사(보험전문)가 판결을 알려 드리고 해설합니다.

대구지법 민사13부(재판장 문흥만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로 숨진 정 모 씨의 유족(아내 이 모 씨와 딸)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화재는 유족에게 7억여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2017년 4월부터 2026년 4월까지 매월 26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전부승소 판결했습니다.1)

정 씨는 지난 2016년 4월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상행선 24.8km지점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도로 갓길 가드레일과 충돌했고 몸이 차량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사망했습니다. 

정 씨의 유족이 사망보험금을 신청했지만, 삼성화재는 '정 씨의 고의로 인한 사고'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반발한 정 씨의 유족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10억원 상당의 보험금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보험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사의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면책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고, 이 경우 보험사는 유서 등 객관적인 물증의 존재나, 일반인의 상식에서 고의 사고가 아닐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만큼 명백한 주위 정황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2) 


재판부는 「정 씨가 아내 이 씨의 명의로 인력 공급 업체를 운영했고, 이 씨가 2013 내지 2015 과세 연도에 신고한 종합소득이 총 3억여 원에 달하므로 정 씨 부부가 납입한 80만 원이 넘는 월 보험료가 소득 수준이나 보장 부분에 비춰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교통사고 당시까지 약 2년 6개월 내지 약 5년 동안 보험 가입 기간이 유지되고 있었고, 정 씨의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정 씨의 금전적 사정 및 가족 관계, 회사 생활 등에 고의 사고를 의심한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삼성화재는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1초 전까지 일정한 속도로 1차로를 주행하다 충돌 전 1초 동안 핸들을 오른쪽 방향으로 약 25도 변경해서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고 연속해서 가드레일을 충돌한 것은 인위적으로 핸들을 조향한 것으로 보이므로 고의로 발생된 면책 사고라며 다퉜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졸음운전 중인 운전자라도 약 5초간 가속 페달을 균일한 정도로 밟아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약 25도의 변경이 반드시 인위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데다가, 사고 발생 시각(14:24경)을 고려하면, 정 씨의 졸음운전 등 비정상적인 운행에서 비롯됐다고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화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정 씨의 사망이 고의에 의한 것임을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삼성화재의 면책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임용수 변호사의 케이스메모


이른바 "보험 인수는 허술하게 보험 보상은 까다롭게"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처음 보험에 가입할 때는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가며 전부 보상을 해줄 것처럼 광고하고 설명하지만, 정작 보험금이 필요할 때 보험사는 약관 규정 등을 들먹이면서 보험금 지급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을 받으려고 소송까지 가야하는 경제적 이중고를 겪어야만 합니다.

판례 중에는 피보험자가 오른쪽으로 휘는 구간이 끝난 후 이어진 약 90m의 직선 도로를 약 32m 직진하다가 갑자기 승용차 핸들을 큰 각도(180° 이상)로 왼쪽으로 돌려 발생한 사고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이므로,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 3억500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피보험자가 영동고속도로를 인천에서 강릉 방향으로 가던 중 핸들을 과대 조작해 섬진강교 근처의 고속도로 갓길 오른쪽에 설치된 교량 콘크리트 방호벽을 차량의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고 그 충격으로 몸이 열려진 차문 밖으로 튕겨 나가면서 다리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던 사건에서도, 보험사는 유족에게 보험금 2억2백여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피보험자가 노원구 상계동 덕릉터널 내에서 시속 88km의 속력으로 남양주 방면에서 상계동 방면으로 편도 2차로 중 2차로를 따라 싼타모 차량을 운전하던 중 핸들을 왼쪽으로 급격히 틀어 차량의 방향이 급격히 왼쪽으로 꺾이면서 차량의 앞 범퍼 부분으로 1차로 쪽에 설치된 비상문 경계석 부분을 들이받고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했던 사건에서, 보험사의 유족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를 기각하고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던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핸들을 갑자기 좌우 방향으로 돌리거나 과대한 각도로 방향을 튼 뒤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경우 법원은 핸들을 꺾는 행위를 고의 사고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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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 등록일 : 2018년 4월 30일
  • 1차 수정일 : 2020년 8월 11일(재등록)

1) 확정된 판결입니다.
2) 대법원 2001. 1. 30. 선고 2000다12495 판결,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234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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